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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 촌놈

소요유 : 2019. 6. 20. 14:41


양아치 촌놈


아침 식전에 농장 정문께에 차 하나가 서성거린다.

무슨 일인가 하여 내다보니,

주차를 하고서는 바로 차에서 부부가 내린다.

행색으로 보아 제법 묵은 객으로 보인다.

헌데 이들은 바로 농장 정문 맞은 편,

내가 개복숭아를 여럿 심어둔 곳으로 직행한다.

이곳 역시 우리 농장 소유지다.

전엔 군부대가 무단 점유하고 있다가,

부대이전 후 우리가 점유회복한 지역이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사전에 단단히 채비를 하고 온 모양이다.


(좌측이 농장 정문, 우측이 점유회복한 곳이다.)


이 지역은 느티나무가 우거져 내가 더위를 식히려 들리곤 한다.

헌데 사람들이 무단 침입하여 쓰레기를 버리고, 못된 짓들을 하여,

울을 두르고 출입금지 표지판을 내달아 경계를 해두었다.



(지난 05.20에는 또 다른 인간이 사진에 보이는 돌들을 농장 좌우 도로에서 캐어내, 

트럭에 실어 내가다가 나에게 들켰었다.

녀석은 내게 발각이 되자, 별 것이 아니라며,

가슴으로 나를 막아서며 나를 얼렀었다.

녀석 역시 처음엔 내게 미안하다는 말조차 꺼내지 않고 뻔뻔하게 굴며 눙쳤었다.

내가 강경히 나가자 그제서야 마지못해 사과하였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농장 간판이 서 있고,

출입구에 쇠사슬이 쳐져,

만인에게 이곳이 사유지임이,

명시(明示), 명인(明認)되어 있다.


청맹과니 당달봉사가 아니라면,

이를 어찌 모를 수 있겠음인가?


부부는 손마다 봉지를 들고서는,

쇠사슬 밑으로 기어 들어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복숭아나무로 접근하였다.


내가 그들을 불러 세웠다.


“거기 왜 들어가느냐?”


“복숭아 따러 왔다.”


“거긴 사유지이며, 복숭아도 우리 꺼다.”


“부대 땅인 줄 알았다.”


“거기 간판이 서 있지 않은가?”


점유회복한 지 7년여 가까이 지나고,

쇠줄로 막아져 있으며,

사유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데,

아직도 부대 땅 운운하는 것은,

그저 면피용 말인 줄 내가 어찌 모르랴?


그런데, 녀석이 잘 몰랐다. 미안하다 하며,

바로 물러나도 시원치 않을 판에,

외려 더 깊숙이 진입을 한다.


참고로 우리 농장 안엔 지금 개복숭아가 수 십 그루 심어져 있다.

아직 어린 것 몇 개를 제외하고는,

올해 모두 열매를 충실히 달았다.

본디 열매보다 꽃을 완상하러 심은 것이라,

열매에 큰 욕심이 없다.

며칠 전 나무 하나에서 채취한 것으로,

큰 병으로 하나 가득 발효액을 담그고 그쳤다.

지금 밭엔 수 십 병도 더 담을 정도로 열매가 그득하다.


만약 저자가 바로 미안하다며,

공손히 물러나려는 태도를 취하였다면,

아마 따가라며 외려 길을 열어주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거긴 사유지라고 하는데 왜 더 들어가느냐 하니까,

오줌을 누려고 한단다.


내가 저 뻔뻔함에 화가 솟아올라,

호통을 치며 당장 나오라고 하였다.


남의 사유지 안에다 왜 오줌을 싸려 하는가?

염치가 이리도 없을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지금 당장 주인에 의해 과일 무단 절취 직전 들키지 않았는가?

그러하다면, 의당 예를 차리고 깨끗이 물러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녀석은 외려 뻐기며 안으로 더 들어가,

오줌이라도 갈기고 가겠다는 심사다.

이런 생 양아치 같은 녀석이 또 있겠음인가?

허허벌판 열린 공간에 내널린 남의 밭에다 오줌을 누어도 미안할 판인데,

경계표지, 시설로 명인된 곳에서 주인을 앞에 두고 이런 짓을 또 저지를 염량이 있는가?


내가 모르겠음인가?


이대로 물러나면,

과일 절취

이 불법 행위를 온전히 자인하는 꼴이 된다.

하지만, 주인 앞에서 오줌을 갈겨두면,

남의 땅에서 자신이 행한 일이 합법성을 가진 양,

용인이 된다고 강변하고픈 심리적 자기 편향에 촉촉하니 빠지고 만다.

이것 제법 달달하리라.

일종의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이라 하겠다. 

저품질의 인간 유형에게서 많이 목격되는 비열한 의식이다.

허니, 나는 이들을 양아치 촌놈이라 부른다.


순간 과일 절취 행위는 희석되고,

자신의 양심은 상해(傷害)받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은 녀석 혼자만의 셈법인 것.

상대인 나까지 그렇게 여겨 줄 것인가?


농약 한 방울 없이,

정갈하게 관리하고 있는 저곳에,

어떤 되먹지 못한 잡놈의 지적 불성실을 허락할 것인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왜 그리 당당한지?


저 불한당 같은 녀석들.


사내 녀석이 양아치면,

계집사람이라도,

나서서 제대로 챙겨 수습하고 물러날 일이지,

어디 감히 야료를 부리는 대로 따르고 있음인가?


애초, 내게 처음 들켰을 때,

공손히 잘 몰랐다, 잘못하였다, 죄송하다.

하며 급히 사태를 수습하고 물러났으면,

내 더는 어찌 하겠음인가?


헌데, 저리 억지를 부리며,

급기야 사라질 때에는,

투덜거리기까지 하며 구질스럽게 놀았다.


내가 저 녀석 비위를 만족시키기 위해,

길을 열어주어야 하였겠음인가?


子路曰:「君子尚勇乎?」子曰:「君子義以為上。君子有勇而無義為亂,小人有勇而無義為盜。」

(論語)


“자로가 여쭙다.


‘군자도 용맹을 숭상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다.


‘군자는 의로움을 으뜸으로 삼는다.

군자가 용맹함이 있으나, 의로움이 없으면 난을 일으킨다.

소인이 용맹함이 있으나 의로움이 없으면 도둑이 된다.’”


君子上達,小人下達。

(論語)


“군자는 (날마다 인의를 품어) 진리, 도덕의 길로 나아가는데,

 소인은 (날마다 이익을 품어) 불의와 교만에 빠져 추한 구렁텅이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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