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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추제(上屋抽梯)

소요유 : 2019. 7. 5. 10:39


상옥추제(上屋抽梯)


상옥추제는 삽십육계(三十六計) 중 하나로, 상루거제(上樓去梯)라고도 하는데,

모두 지붕 위에 올려놓고는 사다리를 치운다라는 뜻이다.


여긴 3단계의 사태 전개 과정이 있다.


첫째는 모종의 계략을 펴서, 상대를 각성시키는 것이다.

이를 치제(置梯) 또는 시제(示梯)라 할 수 있다.

즉 사다리를 두어, 상대에게 지붕으로 올라 갈 수단이 마련되어 있다.

내가 도와주고 있음이니, 그대는 다만 오르기만 하면 된다.

하며 꾀는 단계이다.


둘째는 이를 딛고 상대를 그 계략의 함정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이를 상옥(上屋)이라 한다.

즉 상대의의 욕심을 추동(推動)하여,

지붕 위로 올라가게 하는 단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퇴로를 끊고, 절지에 그를 완전히 고립 시키는 것이다.

이를 추제(抽梯)라 한다. 즉 사다리를 잡아 뽑아 치운다는 뜻이다.


아, 사다리란 얼마나 유혹적이냐?

저 사다리를 통하면, 지붕으로 올라갈 수 있다.

지붕으로 올라가면 목청껏 노래를 부를 수 있다.

꼭대기에 올라, 천하를 굽어보면, 호령하며, 호기롭게 뽐낼 수 있다.

그러함인데, 이를 상대가 마련해주고 권청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사다리를 마련해준 상대는,

다른 복심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고, 

적의 욕심을 격동시키며, 급기야 함정으로 몰아놓겠다는 흑심을 가지고 있다.

만약 저 사다리를 타고 오르면,

바로 이를 치워버리며, 

계략을 완성시킨다.


아아, 그러함이니, 

香餌之下必有懸魚,重賞之下必有勇夫。임이라,

향기로운 미끼 아래 고기가 낚싯바늘에 걸려 달리고,

상이 많으면 용감한 이들이 반드시 꾄다.


(※ 참고 글 : ☞ 향이(香餌))


살아가면서,

사다리, 향기로운 미끼를 조심할 일이다.

아시는가?

그대 당신이 엎어졌을 때,

손을 내밀며 일으켜주는 이가 제일 무서운 이다.

당신을 배신할 이 첫째가 바로 그가 되고 말리라.


세상사 겪어보면 다 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이 곤경에 처했을 때,

아무리 절친(切親)이라도 똥 묻은 개처럼 피하며 외면하고 만다.

이게 인심인 게라,

과히 탓할 일도 아니다.

이들은 아래에서 다룰 사람처럼 위험을 주진 않는다.

그러함이니, 섭섭해 할 일도 아니다.

그저 그려러니 하고 잊을 일이다.

(※ 참고 글 : ☞ 형수)


허나, 정작 문제는 내게 도움을 주려고 나타난 이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다가와,

엎어진 이에게 손을 내밀며, 일으켜 세워준다.

하지만, 어느 날, 은혜를 갚으라 윽박지름도 모자라,

무장해제된 그대 등에 칼을 꽂고, 급기야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는 법이다.


이런 일이 정말 현실에서 벌어질까?

이리 의심하는 이가 있다.

이러한 이라면,

아직 당해보지 않은 어릿배기일지니,

나중에 직접 겪고서는 이게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리라.


이제, 상옥추제의 출전으로 돌아간다.


假之以便,唆之使前,斷其援應,陷之死地。遇毒,位不當也。


이게 원문인데, 잠시 살펴보는 것이 예에 합당하리라.


여기 假는 借와 통한다.

즉 상대의 편의를 도와주려 (사다리) 빌려 준다(借給)는 말이다.

唆使는 꾀어 내가 원하는 바대로 강제한다는 의미다.

그러다 사다리를 치워 짐짓 거짓으로 베푼 도움을 거두니,

사지로 상대를 빠뜨린다는 뜻이다.


遇毒,位不當也。


이 글 귀는 주역에 나온다.

삽십육계(三十六計) 각 계는 곧잘 이리 주역에 기대어,

그 뜻을 깊이 천착하고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주역의 권위를 빌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噬嗑)


遇毒,位不當也。

이 말은 역경(易經)의 서합(噬嗑) 괘에 나온다.

본괘 六三의 괘사인데,

이 말 뜻은 이러하다.

본디 수렵을 하여 잡은 짐승의 고기엔 독이 들어 있다.

고대인들은 수렵 고기는 신선하지 않아 독이 있어,

바로 먹으면 중독된다고 여기었다.

位不當也

본래 三의 자리는 양효인데, 거기 음효가 왔으니,

그 위치가 바르지 않다는 뜻이다.

독을 만났으니, 그 위치가 바르지 않다.


헌즉, 지금 제시되고 있는 사다리가 과연 안전한가?

지금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는 향기로운 미끼가,

나를 꾀어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닌가?

막 씹으려는 고기에 독은 없는가?

이리 의심하고 경계하여야 한다.


손자병법에서도 이와 유사한 가르침이 전해지고 있다.


故善動敵者,形之,敵必從之;予之,敵必取之;以利動之,以實待之。

(孫子兵法)


적을 잘 다루는 이는 적으로 하여금 나의 계책을 잘 따르도록 하여,

적이 반드시 그를 취하게 함이니, 

이익으로 꾀하여 움직이게 하며. 

실질로, 갖추어놓고 기다린다.


헌즉,

사다리는 결코 사다리가 아닌 법이며,

미끼는 맛있는 먹이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기실 이제까지 이야기한 내용에 부합되는 고사는 적지 않다.

내 이를 소개할 수도 있으나,

마침 내가 전에 쓴 글 하나가 있으니,

이를 소개함이 외려 더 적실하리라.


☞ 야바위 환술(幻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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