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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씨 술법을 닦는 자(渾沌氏之術者)

생명 : 2020. 6. 5. 22:45


하우스 안에 있는 묘목에 물을 주다가,

새로 지은 새집을 발견하였다.



순간 급히 물 주던 손을 거두었다.

헌데, 이미 빈집이라 아무런 기척이 없다.


아,

저들은 어찌 저리 고은 집을 지을 수 있는가?


생명이란 얼마나 시리도록 아픈가?

그 아픔만큼 저리도록 아름다우니, 이 얼마나 경이로운가?


자세히 살피니,

인간의 손으로도 저리 공교(工巧)하게 만들 수 없을 것 같다.

저들은 풀을 묶을 끈도, 못도, 시멘트도 없지 않은가?

흙을 이겨 붙인다한들, 저것은 감히 섣불리 흉내 낼 수 없다.

게다가, 손도 없이 입으로만 저리 지을 수 있다니,

아, 저들이야말로 적선(謫仙)임이라,

벌을 받고 인간계로 쫓겨 온 신선이라 할 밖에.


땀을 뻘뻘 흘리고,

진력이 나도록 노역(勞役)에 시달렸을 것이다.

아니, 새끼를 기를 마음에 힘든 것도 모르고,

흥을 일으키며, 재료를 모으고, 얽으려 노래를 부르며 날아다녔을까나?

(※ 참고 글 : ☞ 포란(抱卵))


아아, 저들은 과시 경이로운 존재들이다.

이 죄많은 이,

멈춰서,

경건히 합장한다.


잡초를 적으로 알고,

사람들은 흔히 ‘잡초와의 전쟁’이란 말을 스스럼없이 뱉어낸다.


機械 → 機事 → 機心

(※ 참고 글 : ☞ 기심(機心)과 중기(重機))


기심이 먼저 있어, 기계가 요청되는 것이 아니라,

실인즉 기계가 있은즉, 기심이 독버섯처럼 자란다.


초나라에, 농부(圃者) 하나 있어,

우물에 들어가 옹기로 물을 길어, 밭에 물을 대었다.

그러자 이를 본, 자공이 이르길,

기계를 쓰면, 힘은 덜고, 공은 크리리니,

왜 기계를 쓰지 않는가 물었다.


그러자,

그 농부는 이리 말한다.


「吾聞之吾師:『有機械者必有機事,有機事者必有機心。』機心存於胸中,則純白不備;純白不備,則神生不定;神生不定者,道之所不載也。吾非不知,羞而不為也。」


"내 우리 스승께 듣기로,

'기계가 있으면, 필히 기계를 쓸 일이 생기고,

그러면 반드시 기계를 쓸 마음이 생긴다.' (하였어외다.)


그런 마음이 흉중에 있게 되면,

순백의 마음이 없게 되고,

그리 되면, 본성이 안정을 잃게 됩니다.

그리 되면, 도가 깃들지 않게 되는 것이오.


내가 이를 아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부끄러워 그리 하지 않을 뿐이외다.'"


자공이 저 농부를 만나,

크게 부끄러움을 느끼며,

새로운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


오늘날.

천하인 모두는 결과 추수(追隨)꾼들이다.

결과가 있으면, 원인은 뭣이 되었든 상관하지 않는다.

효율 중심주의로 세계가 돌아가고 있음이니,

저런 농부는 세상을 모르는 칠푼이로 치부되고 있다.


헌데, 농부는 말하고 있다.

吾非不知,羞而不為也。

내가 이를 아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부끄러워 그리 하지 않을 뿐이다.


이 말씀이 들리는가?

천둥 소리로 듣는가,

아니면 모기 소리로 듣는가?

이는 모두 제 인연에 따라 들을 뿐인 것임을.


잡초를 적이라 말하는 즉,

잡초를 철천지원수로 여기게 된다.


실인즉, 언어가 마음을 규율하게 된다.

흉측한 생각이 마음이 들어앉게 되면,

세상이 지옥이 되며,

그대, 당신들은 그 수인(囚人)이 되고 만다.


吾聞之夫子:『事求可、功求成、用力少、見功多者,聖人之道。』今徒不然。


"내가 선생님(공자)께 들은 바로는,


'일은 옳은 것을 구하고, 

공은 이뤄질 수 있는 것을 구하고,

힘은 적게 들이고도, 공이 큰 것이 성인의 도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렇지 않음을 알았다."


渾沌氏之術者


나중, 공자가 자공의 보고를 듣자,

농부를 두고 이리 말하였다.


孔子曰:「彼假修渾沌氏之術者也:識其一,不知其二;治其內,而不治其外。夫明白入素,無為復朴,體性抱神,以遊世俗之間者,汝將固驚邪?且渾沌氏之術,予與汝何足以識之哉!」


"혼돈씨의 도를 닦는 이구나.

...

본성을 체득하고, 

정신을 품에 안고,

속세지간을 노니는 자이니,

너는 정말 놀랄 것이다.

혼동씨의 술법이라는 것을,

나나 네가 어찌 알겠음인가?"


새에게 대하여도,

역시 농부들은 이들을 적으로 알고 갖은 꾀를 다 짜내어,

이를 물리치려 애를 쓴다.


나 역시 을밀조류퇴치기를 만들었다.

허나, 이젠 마음을 돌려,

저들을 무심히 대하기로 하였다.


그 경지에 오르면,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으리라.


아아,

그 때가 오면,

그대 당신들,

나를 어찌 대하겠음인가?

(※ 참고 글 : ☞ 참새를 마냥 미워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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