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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자용(悅己者容)

소요유 : 2021. 4. 2. 08:46


동영상 하나를 보았다.


‘너 만나기 전에는 액세서리나 꽃에 별로 관심 없었는데,
근데 너랑 1년 정도 만났을 때부터 꽃이 이뻐 보이기 시작했어.
이제는 이런 게 좋아졌어.
왜 그렇지?
너 때문이야.
~
왜 그렇지?
니 옆에서 예쁘고 싶어서.’

이 장면에 이르자,
문득 전국시대의 예양이 떠오른다.

예양(豫讓)은 본디 범씨(范氏), 중행씨(中行氏)를 섬겼다.
그러다 지백(知伯)에게로 갔는데, 지백은 그를 총애하였다.
진(晉)나라는 3대 유력 가문에 의해 삼분 되었는데,
일파인 조양자(趙襄子)는 특히 지백을 원수로 대하여,
그를 죽이고는 머리로 그릇을 만들어 썼다.

예양은 도망가 산에서 이리 말했다.

士為知己者死,女為悅己者容。
(戰國策)

‘사내장부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음을 불사한다.
여인네는 자기를 기쁘게 하는 이를 위해 단장한다.’

이 말을 토해내며,
주군의 원수를 갚겠다 작정한다.

과시, 고인(古人)의 말씀엔 허언이 없구나.

그 후, 그의 모습은, 드라마보다 더 절절 사나이 의기를 끓게 한다.
전에 다른 곳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
여기 옮겨다 다시 적어둔다.


그는 우선 이름을 바꾸고는 죄인으로 가장하여 비수를 품고 
조양자의 궁정으로 내시로 들어갔다. 
몰래 조양자의 측간에 잠입하여 벽을 발랐는데, 
조양자가 똥 누러 간 사이에 그를 찔러 죽이려다 사전에 발각되고 만다. 
그러나 조양자는 지백을 위하여 원수를 갚으려 하였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예양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 사람은 의로운 자다. 단지 내가 조심하여 피하면 그만이다. 
게다가 지백이 망하고 후사조차 없는데도 그의 신하된 자로서 원수를 갚겠다고 
저렇게 자기희생을 서슴지 아니하니 이 자야말로 천하의 현인이로다." 하고 
말하면서 수하에게 그를 의인(義人)이라 생각하고 석방하게 하였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이번에는 얼굴을 바꾸었다. 
예양은 몸에 옻칠을 하여 나환자로 변장하고, 
목소리도 바꾸기 위해 숯을 삼켜 벙어리가 되어 저잣거리에서 구걸을 하고 다니니, 
그 아내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 친구가 알아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그대같이 재주 있는 사람이 조양자의 신하 되어 섬기면 필시 총애를 받게 될 것이다. 
그대가 이에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 도리어 쉽지 않겠는가. 
왜 자신을 이렇게 고생시키는가." 
 
예양이 답하였다. 
 
"몸을 바쳐 신하가 되고서 죽이고자 한다면, 마음을 두 갈래로 품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하는 까닭은 장차 천하 후세에 남의 신하가 되어서 
두 마음을 품는 자를 부끄럽게 하고자 함이다." 
 
예양은 이렇듯 자기의 방식대로 복수를 완성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다. 
 
첫 번째 기회가 무산되자, 
거지의 행세를 하며 다시 기회를 기다렸다가 
조양 자가 외출할 때 다리 밑에 숨었다가 그를 찔러 죽이려고 하였으나, 
말이 놀라는 바람에 다시 붙잡혔다. 
조양 자는 이번에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를 잡은 후에 조양 자는 그를 책하며 말하였다. 
 
"너는 범씨와 중행씨의 수하였다가 그들을 멸한 지백에게는 왜 복수를 하지 않았느냐?" 
 
예양이 답하길,
 
"나는 범씨와 중행씨의 수하로 있었을 때는 그들은 나의 능력을 알아주지 않았다. 
그러나 지백은 기꺼이 나의 능력을 인정하여 중용하였다. 
내 능력을 인정해준 그를 위하여 어찌 내가 복수하지 않을 수 있으랴!" 
 
"아아! 예자여! 
그대가 지백을 위해 충절을 다하였다는 명예는 이미 이루어졌고, 
과인이 그대를 용서함도 이미 충분하다. 이제 그대는 각오하라!" 
 
이에 예양은 울며 말한다. 
 
"현명한 군주는 남의 아름다운 이름을 덮어 가리지 아니하고, 
충신은 의로운 절개를 지키기 위하여 죽을 의무가 있습니다. 
지난번 군왕께서 이미 신을 관대히 용서하시어, 
천하에 그 어짐을 칭송치 아니하는 자가 없습니다. 
오늘의 일로 말하자면, 신은 죽음을 당해야 마땅하오나, 
원컨대 신이 군왕의 옷을 얻어 그것을 칼로 쳐서, 
그로써 원수를 갚으려는 뜻을 이루게 해주신다면, 
비록 죽어도 여한이 없겠나이다." 
 
이에 조양자는 옷을 벗어 주었다. 
예양은 조양자에게 간청하여 그의 옷을 받아 펄쩍 뛰면서 칼로 세 번 그 옷을 베었다, 
 
“내 비로소 지하에서 잠이든 지백에게 보답할 수 있겠다.”는 말을 남기고 
칼을 입에 물고 엎어져 태연히 자결하였다. 
조나라의 지사(志士)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모두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고 한다.

 

(농장 아침 살구 꽃)

저 영상의 아가씨는 문득 정인(情人)을 앞에 두고 꽃이 되고 마는구나.
아아, 시들지 않는 꽃이 될지어다.

허나, 인간에게 悅의 지속이란 도대체가 너무도 짧은 것이니,
一片西飛一片東임이라,
여기 농장 봄꽃처럼,
한참 피는 와중에도,
일 편 서쪽으로 날리고, 일 편 동쪽으로 흩어져 휘날린다.

한편, 예양의 知己에 대한 보갚음이란,
저 꽃보다 더 장렬(壯烈)하니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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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 2021. 4. 2. 08: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