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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소요유 : 2021. 4. 7. 10:52


한 정치인의 말.
그 말을 지켜보았다.

오늘 선거일이니,
그 말을 두고 느꼈던 바를 부려내지 않으면,
그저 흘러가버리고 말리니.
남겨둔다.

정직한 서울을 만들겠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서울이 아닌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서울로 나아가겠다!
공동체 한 사람 한 사람을 아끼는 서울이 되어야 한다!
시민 여러분의 이런 진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당신 마음도 다르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저녁 8시까지 투표가 계속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저 박영선, 여러분과 함께 승리를 향해 뚜벅뚜벅 가겠습니다.
합니다! 박영선
감사합니다.
(출처 : https://www.facebook.com/parkys21/posts/5232355370138799)


따박따박
뚜벅뚜벅
(박영선, 遊說逸言)

대개 이런 수사를 동원할 때면,
현실에 지쳐, 앞을 전망하기 힘들 경우인 것.

기억하는가?
노무현 정권 시절,
저들은 툭하면 호시우행(虎視牛行) 운운하며,
연신 떨어져 나가는 지지율 현실 속에서,
그나마 남은 지지자들 다독이며,
자신들을 위로하기 바빴다.

호시우행이란 말은,
마조도일(馬祖道一) 선사의 풍모를 그린 사가어록에 나오는 말이다.

江西道一禪師。漢州什方縣人也。姓馬氏。本邑羅漢寺出家。容貌奇異。牛行虎視。引舌過鼻。足下有二輪文。
(馬祖道一禪師廣錄(四家語錄卷一))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선,
범의 눈매로 사물에 집중하여 예의 주시하여야 한다.

소의 걸음은 느리지만,
땅을 내딛는 발걸음은 힘차고, 꿋꿋하다.

그런즉, 호시우행이란,
한마디로, 진중하게, 그러나 예리하게 사물을 관찰하고 있다가,
기회가 포착되면 재빠르게 결행, 흔들리지 않고 실천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개, 이 말을 인용하는 자들의 경우,
세가 부풀어 오르고, 거칠 것이 없이,
일이 잘 풀려나갈 때가 아니다.

무엇인가 장애에 봉착하고, 차질을 빚을 때,
자신을 위로하고, 곁꾼들을 일으켜 세우며 격려하고자 할 때,
뱉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마디로 자신들에게 가스라이팅(gaslighting)을 거는 것이다.
차라리 술 한 잔을 걸치고, 군내나는 짠지 한 쪽 베어무는 것이 나으리라.

그러함이니,
호시우행, 뚜벅뚜벅, 따박따박 ...
이런 말들이 나올 때는,
현실이 여의치 않아,
한참 지칠 때, 
내질러지는 말에 불과함을 알아야 한다.

저 말에 속지 말고,
냉정하니 지켜볼 일이다.

섣불리, 가치를 부여하거나,
애써, 의미를 이끌어내려 하지 말고,
외려, 역으로, 그 말 밑에 숨은 현실을 바로 짚어낼 일이다.

마조의 스승인 회양선사(懷讓禪師)는,
일찍이 마조를 두고 이리 말했다.

後佛法從汝邊出,馬駒踏殺天下人。厥後江西法嗣布於天下,時號馬祖焉。

불법이 마조로 인해 떨쳐져, 
천하인을 모조리 밟아 죽여 버리리라 예언하였다.

우시호행.

범인이 함부로 끌어다 쓸 말이 아니다.
범은커녕 고양이도 아니 되며,
소는커녕 쥐새끼도 아니 되는 주제에,
감히, 범, 소 가죽을 빌려다 쓰고,
세상을 기롱(欺弄)하려 함인가?

시민들은, 4년 동안 충분히 속았음이다.

게다가, 저이가 골골 들르며, 하는 말마다,
구체적 정책이 아니라,
수사만 왜 그리 질펀한가?

문창과 새내기가 습작하듯,
그리 까흘려내면 정치가 되는가?

저이의 좌판 물목엔,
종잡을 없는 시적 감성만 늘어놓아져 있을 뿐,
정작 서사 내용 필목(疋木)은 부재하다.

그런 감성으론,
현실 정치 감당할 수 없다.
꽈를 잘못 선택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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