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큰일 했다

소요유 : 2021. 6. 15. 13:31


내 시답지 않게 여겨져, 그냥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려 했다.
그런데, 다른 일로 다시 그 일을 상기하게 되었은 즉,
잠시 잠깐 머물며, 이리 남겨 둔다.

문 대통령은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회의 참석차 이날 오후 출국하기 전 이 신임 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걸고 “아주 큰일 하셨다. 정치사에 길이 남을 일”이라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선 국면이라 당 차원이나 여의도 정치에서는 대립이 불가피하더라도 코로나 위기가 계속되는 만큼 정부와는 협조해 나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politics/president/article/202106112101015#csidx3701125ef49c442b772297517a36df0 


“문 대통령 “큰일 했다” 이 대표에 축하 전화”

기사에 이런 제목이 달린 것을 보고서는,
나는 당시 아예 본문을 읽지도 않았다.

왜냐?

‘큰일 했다’

이 말은 도대체가 엉터리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된 것이 어찌 큰일인가?
큰일을 낸 것은 그가 아니라, 정작은 시민들이 아닌가?
시민들의 불만, 그리고 열망이,
그리 그를 당대표로 밀어 올린 것이 아니랴?

한편, 이준석 앞엔 큰일이 이제서야 기다리고 있음이다.
그러함인데, 큰일을 다 마친 양, 호들갑을 떨 일인가 말이다.

‘큰일 했다’ 이 말을 토해내는 심중엔,
시민들은 없고 다만,
쟁취한 전리품, 정치적 과실, 사적 이익만 덩그란히 남아 있다.
그래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이,
당사자의 영광에 그치고 말 일이라면,
그럼 도대체 일 잘하라고 뽑아준 시민들의 간절한 원망(願望)은 무엇이 되는가?

"정치사에 길이 남을 일"

이 화법도 얼마나 엉터인가?
앞으로 일어나야 할 일, 요청 받은 일, 짊어진 일로써,
나중에 평가를 받고서야, 기록될 것을,
첫 발걸음을 떼지도 않은 이에게 헌사하고 있다.
이 얼마나 가치 전도된 언사인가 말이다.
전형적인 politician의 화법이지,
결코, statesman의 그것이라 이를 수 없다.

형식적일지라도,
그는 시민들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고 있다.
이는 실로,
공화국의 불운이라 하겠다.

끼리끼리 모여,
술잔 기울이며 놀 때일지라도,
진정 우국지사라면,
이런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외로 꼬며,
단호히 외면하고 말리라.

정봉주는 국회의원이 된 것을 두고, 
몇 차 이리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가문의 영광이다.’

정치인이라면, 그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대놓고 자랑질할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 자리라는 것이 네들 집안이 쟁취한 전리품이라도 된단 말인가?
바른 정치를 해서 시민들을 편히 섬길 궁리를 터도 모자랄 중책이 아니더냐?

정봉주의 문제 인식 수준과,
문재인의 화법으로 드러난 의식 구조 형식에 별반 차이가 없지 않은가?

내 기준으로는,
저들은 충분히 인격이 다듬어졌다 여길 수 없다.

(※ 출처 : sedaily)

사진은 2017년 3월 10일,
문재인이 후보 시절,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직접 작성한 것이다.

발화(發話)엔,
의사와 표시 두 가지 평가 요소가 있다.

사람들은 진의와 표시가 일치한다 믿는다.
하지만, 사람처럼 간특한 동물에게,
이를 온전히 기대할 수는 없다.

때론 내심의 의사를 숨기고,
거짓으로 발화할 수도 있고,
부지불식 간에 내심을 들켜버리기도 한다.

미안하다 – 고맙다
이 둘이 한 자리에 서 있다니.
너무나도 생경스럽고, 해괴망측스럽지 않은가?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하길 의욕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외부에서 알아차릴 수 없도록,
꾸미고, 긴장하는 것이,
일을 꾸미는 자의 태도라 할 터.

그런데,
이런 준비가 미처 되어 있지 않다던가,
이 정도의 긴장도를 유지할 역량이 없다면,
이것만으로도 그의 정신력은 부실하다 할 밖에.

저 세월호 방명록,
이준석에게 뱉어낸 ‘큰일 했다’라는 말,
그리고, 정봉주의 ‘가문의 영광’이란 화법,
이들 사이엔 별반 차이가 없다. 

정작 정치 주체인 시민이 배제된 채,
마치 거대한 공적이라도 세운 양,
큰 과실을 따 먹은 양,
아무렇지도 않게, 무신경하게,
줄줄 말이 흘러나오지 않는가 말이다.

인격 수양이 덜 된 정치인들, 
이제 다 늦게 道, 법철학, 통치술을 배울 계제가 아니라 한들,
하다못해 소피스트를 초치하여 급히 변론술이라도 배워,
앞을 가리기라도 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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