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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非命)

소요유 : 2021. 11. 22. 14:10


비명(非命)

今用執有命者之言,是覆天下之義,覆天下之義者,是立命者也,百姓之誶也。說百姓之誶者,是滅天下之人也」。然則所為欲義在上者,何也?曰:「義人在上,天下必治,上帝山川鬼神,必有幹主,萬民被其大利。」
(墨子 非命上)

“지금 운명이 있다는 말을 따른다면,
이는 천하의 의(義)를 뒤엎는 일이다.

천하의 의를 뒤엎는 자들은,
이 운명을 내세우는 자들이다.
백성들을 근심케 하는 것이다.
백성들을 근심케 하는 것을 기뻐하는 자들은
천하의 사람들을 멸망케 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인이 위에 있기를 바라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르길.
의인이 위에 있으면, 천하가 반드시 다스려 지고,
상제와 산천의 귀신에게, 
반드시 이를 제사 지낼 종주(宗主)가 있으며,
만민에게 큰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義人在上이라 하였음인데,
지금 천하에 의인은 없다.

上帝山川鬼神,必有幹主

하늘과 산천 귀신에게,
반드시 제사를 지낼 주관자인 종주(宗主)가 있다 하였음인데,
이 대명천지 밝은 세상에,
기껏 제 손바닥에 왕짜나 새긴 인간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천하에 욕심꾸러기만 그득하니,
귀신이 아니라, 자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있음이니,
이러다 산천 귀신들은 다 굶어 돌아가실 판이다.

義人在上,天下必治

한편,
억강부약(抑强扶弱)한다며,
연신 약을 팔던 이가,
이제 와서 보니,
그 실체가 심히 의심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修正其身,以待天命,此所以立命之本也。

저 자신을 바로 닦은 후에, 이로써 천명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게 立命의 본(基本)이다.
헌데, 자신의 뱃구레에 욕망을 그득 채운 자들이,
자신이 명(命)의 당체, 주관하는 주체라 외치고 있다.
썩을 것들.

애초에, 의인을 윗사람으로 모시길 기대할 일이 아니다.
천하엔 이미 의인이 다 사라지고 없기 때문이다.
기실 ‘모신다’, ‘기다린다’라는 말은 틀렸다.
이런 썩어빠진 정신 상태이기 때문에,
불의한 이와 한 통속으로 놀아들 나고 있는 것이고,
난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것이다.

불의한 이들은 자신이 곧 명을 주관하는 귀신이라며 떠들고,
어리석은 이들은 있지도 않은 사이비 귀신을 모시겠다며,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동서로 날뛰고들 있는 것이다.
썩어빠질 것들.

今天下之士君子,中實將欲求興天下之利,除天下之害,當若有命者之言,不可不強非也。曰:命者,暴王所作,窮人所術,非仁者之言也。今之為仁義者,將不可不察而強非者,此也。

“지금 천하의 군자된 선비가,
진실로 천하의 이익을 일으키고, 
천하의 해악을 없애려 한다면,
운명이 있다는 말 따위는,
힘써 부정하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이르길.

‘숙명론이란 폭군이 만들어낸 것이며,
궁색한 이들이 말한 것이지,
어진 사람들의 말이 아니다.
지금의 어짐과 의로움을 말하는 사람들이,
잘 살피어 힘써 부정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까닭은 이 때문인 것이다.’”

그러함이니,
오해를 살까봐,
내가 내뱉고 싶지 않은 말이나,
각자도생(各自圖生)할 밖에.

다만, 각자도생이란 남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삶만 돌보라는 말로 알아 들을 일이 아니다.
이제 내 다시 정의하거니와,
자신의 양심을 돌보란 말로 새겨야 한다.

본래의 의미인,
난이 일어났은즉,
국가나 사회가 돌볼 형편이 아니니,
각자는 모두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알아서들 살아남거라.
이런 구질딱스런 말이 아니다.

정치모리배들 일색인 쓰레기장에서,
의인을 찾을 것이 아니라,
정작은 기어이 자신이 의인이 되고 말 일이다.
이 추접스러운 현실에서,
밖에서 귀인, 초인을 구할 일이 아니라,
자신부터 잘 살피고, 양심을 밝혀,
인의지사(仁義之士)로 나아가는 모습으로,
새겨둘 일이다.

아,
그러함이니,
과연 의인이란 어디 숨어 계시온지?
이런 기대는 도대체가 애시당초 틀려먹은 것이다.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천고 뒤의 초인을 기다리다니?
시인은 너무 안일하고, 나약하구나.

오늘을 사는 시민들은,
초인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작은 자신이 초인이 되어야 한다.

광야(曠野)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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