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체리 피킹

소요유 : 2021. 11. 26. 16:58


체리 피킹(cherry picking, suppressed evidence)

지금 여기 우리 농장 냉장고엔 블루베리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수확 후 모두 제 갈 길을 찾아 떠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블루베리를 받아보고,
혹, 이 집 것은 훌륭하다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개중에 형편없다고 말하는 이가 왜 아니 없으랴?

하지만 기억할 일이다.
그대 당신이 그 블루베리를 받아 보기까지엔,
열정과 땀이 닷 섬이나 땅에 부어졌고,
때론 피가 석 되나 흘려져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 출처 : dictionary.cambridge)

그러함이니,
체리나 블루베리 앞에 서 있을 때는,
그 날, 
그 여름날의 뜨거운 태양을 기억할 일이다.
아울러, 그 태양 아래 밀짚모자 하나로 이겨낸,
농부의 땀도 아울러.

하지만,
세상을 의심해야 한다.
봉타까지도.

마트에 가면 진열장에 단정하게 앉혀진 그것,
투명한 랩에 감싸인 고기를 볼 수 있다.
여느 공산품보다 더 반지르르하게 빛을 내며, 당신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저들이 바로 엊그제까지,
숨을 쉬며, 따뜻한 피를 혈관 속에 돌리던 이들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는가?
값싼 한 줌 사료를 먹고 꺼억 게트림을 하고,
맛있는 건초를 먹었다고 허연 미소를 지었다는 것을 그대는 알 수 있는가?

상인들은 철저하게 이런 인식의 회로를 차단하며,
말갛게 꾸며진 저 진열장 안의 잇속 장치로 사람들의 소맷자락을 잡아 이끈다.

빛살처럼 찬란한 존재를 돈으로 엇바꿔 먹는 저들 상인들.
나는 상인들의 셈법에 저항한다.

나는 그 흔한 유기농 인증도 받지 않는다.
(※ 참고 글 : ☞ 유기농의 진실)

그럴듯한 박스 하나 만들지 않고,
마트에서 얻어온 재활용 박스에 넣어 배송한다.

그래, 세상은,
‘체리 피킹’
이것을 이용하는 사람과 저항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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