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부정(扶正)

소요유 : 2021. 12. 5. 16:08


부정(扶正)

내가 소싯적 침(針)을 배운 적이 있다.

침 선생님은 수없이 되풀이 하며 강조하였다.

대증요법에 치중한 양의학과 다르게,
한의학은 그 근본을 다스린다고(本治).

하지만, 물론 한의학에도 대증치료법이 적지 않다.
가령 화담지해평천(化痰止咳平喘)에, 
마황(麻黃), 길경(桔梗) 등을 사용하는데,
이는 서양의학에서의 에페드린 처방과 다를 바 없다.
(※ 化痰止咳平喘 : 가래를 없애고, 기침을 멈추며, 숨 찬 것을 고른다.
   에페드린 : 마황의 유효성분
     현재 시판 중인 약제로 ‘코데닝’이 있는데,
     기침에 탁월한 효과를 낸다.     
     하지만, 이것은 증상을 저감시키는 능력은 뛰어나나,
     근원적인 원인을 발본색원하여 치료한다 여길 수 없다.
     나는 겨울철 기침이 심하였는데,
     溫補學을 배우고서 실로 간단한 방법으로 자가 근치(根治)하였다.)

물론, 당장 환자가 고통을 받고 있는데,
본치를 한다고 멀리 돌아가는 게 능사는 아니다.
우선 급한 불을 끄고,
환자를 돌보는 일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왜 그 질병이 침입하게 되었는가?
이런 물음은 오늘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건너뛴다 한들, 
언제고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원인균이 병을 가져온다 한들,
왜 하필 그 환자에게서만 병발되었는가?
이 물음을 소홀히 할 수 없다.

한의학은 양의학에 비해,
분명 두드러지게 이 물음에 답하는데 충실하다.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다.
당국의 대처법을 보고 있노라면,
필경 저기에 양의학을 배운 자들만 포진하고,
한의학을 배운 이들은 깡그리 배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질병청이나 김부겸, 그리고 앞서의 정세균도 마찬가지지만,
그들의 하는 양을 보고 있자면,
입으로만 양기가 차오른,
무슨 중계 방송하는 아나운서를 방불하고 있다.

매양, 확진자나 위증자 통계만 손가락 꼽아 읊조리며,
연신 실황 중계에 열심이다.
한편으론 방역에 협조하라며,
슬쩍 그 책임을 시민들에게 돌리며,
때론 겁박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실제 저들이 의지하고 있는 바는,
백신 접종 일변 외엔 뚜렷한 방책이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
1차니 4차니 하면서,
마치 바람에 날리는 연처럼
수시로 조였다, 놓였다 하는 짓에 영일이 없다.

이틈에 가엾은 자영업자들은,
거덜이 나고 있음인데,
당국은 나몰라 하며 그저 내버려두고 있는 형편이다.
천벌을 거푸 받고도 모자랄 녀석들이다.

내 과문한지 몰라도,
한 번도 이(방법) 밖의 소식을 전해들은 적이 없다.

저들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만한 자들이 아니라 생각한다.
장수가 실패하면, 장수를 바꿔 갈아치워야 한다.
부동산 정책 실패도 물경 23차가 되도록,
문재인은 책임 장관을 아끼며 내치지 않았다.
이 역시 조국에게서처럼 무슨 마음의 빚이라도 단단히 지고 있더란 말인가?
해괴망측스런 노릇이어라.

臨陣易將,兵家所忌
(皇甫嵩朱雋列傳)

전쟁에서 장수를 바꾸는 것은,
병가의 꺼리는 바라 하였다.

하지만, 두고 보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물경 23차에 걸쳐 실패한 장수를 아낄 일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한번 정한 장수라 하여, 바꿀 수 없다면, 
저 말이야말로 허랑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높은 단 위에 올라 그저 손가락 꼽는 통계 관리가 필요하다면, 
굳이 장수가 이 일을 맡을 일은 아니지 않은가?

현명한 군주라면,
장수가 재주가 없다면,
적진 앞일지라도, 
지체 없이 갈아치우고,
구현령(求賢令)이라도 내려, 재주있는 장수를 찾아내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볼 일이다.

不借人於他代

인재란 어디 과거에서 구할 것이 아니다.
찾아보면 도도처처에 재주꾼이 숨어 있다.
찾아내면 그 일에 적합한 이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천하 인재는 위정자가 적극적으로 찾아내지 않으면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이 말은 거꾸로 되짚자면,
지금 인재가 모자라거나, 재주있는 인재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위정자가 일을 잘못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故兵者,凶器也。爭者,逆德也。將者,死官也。故不得已而用之。

전쟁이란 본디 흉한 것이다.
싸우는 자는 덕을 거스르고,
장수란 염라대왕과 같다.
그런즉 그들을 전쟁에서 쓸 수밖에 없다.

지금을 절체절명의 위기라 하다면,
逆德者, 死官을 골라 쓸 일이지,
그저 절집에 들른 새색시처럼,
한가하게 통계 발표나 할 일이 아니다.

한편, 코로나19를 두고 별 것도 아니라는 의학자도 적지 않다.
또한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는 의료진도 많이 널려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고견을 한번 들어라도 볼 일이다.

어느 날 확진자 숫자 떨어지자,
마치 제가 이룬 공인 양,
그저 배시시 웃기나 잘하고,
옷고름이나 매만지기 바쁜,
용렬한 위정자를 보고 있자니,
참으로 통탄스럽기 짝이 없음이다.

黃帝曰:余聞五疫之至,皆相染易,無問大小,病狀相似,不施救療,如何可得不相移易者?歧伯曰:不相染者,正氣存內,邪不可干,避其毒氣,天牝從來,復得其往,氣出於腦,即不邪干。氣出於腦,即室先想心如日。欲將入於疫室,先想青氣自肝而出,左行於東,化作林木。次想白氣自肺而出,右行於西,化作戈甲。次想赤氣自心而出,南行於上,化作燄明。次想黑氣自腎而出,北行於下,化作水。次想黃氣自脾而出,存於中央,化作土。五氣護身之畢,以想頭上如北斗之煌煌,然後可入於疫室。
(黃帝內經-素問-刺法論)

(출처 : 網上圖片)

황제가 치료하지 않고도, 어찌 역병의 전염을 막을 수 있느냐 묻자,
기백은 이리 대답하고 있다.

“감염이 되지 않는 것은, 정기가 잘 보존되어 사기가 침범할 수 없기 때문이며,
외부로부터 들어온 사기가 다시 밖으로 나가기 때문입니다.
...병실에 들어간다 한들, 氣出於腦라 오장의 기운이 나간다 염(念)하면,
오기(五氣)가 호신(護身)을 다하며,
머리 위에 북두칠성이 환히 빛난다는 상상을 하면,
병실에 들어가도 무탈한 것입니다.”

관법으로 사기를 막는다니,
이것은 실로 도법이 9성에 이르러야 가능하겠다.
하지만, 이 글의 핵심은 正氣存內,邪不可干 여기에 있다.
즉 정기가 몸에 충분히 갖춰져 있으면,
감히 사기가 침범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정기가 충만하고, 면역력이 강하면,
역병을 물리칠 수 있다는 말이다.

邪之所湊,其氣必虛,陰虛者,陽必湊之,故少氣時熱而汗出也。
(黃帝內經-素問-評熱病論)

邪之所湊에 대한 해석은 논자마다 다르다.
하지만, 내경에선 正氣虛가 그 핵심이라 본다.

사기가 모이는 곳은 기가 필히 허하다.

하니까, 질병의 원인은 병원균 그 자체에 있기보다,
외려 체내의 정기가 부족한 것을 원인으로 보는 것이다.

혹자는 거꾸로, 사기가 모이기에 정기가 약화된다고 보는 이도 있다.
이럴 경우 당연히 사기를 쫓아내는 일을 급선무로 삼을 것이다.

이 역시 일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2년 여 코로나19와 씨름하고 있지만,
아무런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당국은 예방접종 70%, 80%에 이르면,
전선에서 승전고가 울릴 것이라 선전하며, 뭇 시민들을 고무하였다.
하지만, 외려 병사(病邪)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물경 확진자 수가 5,000을 넘어가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명백히 저들 당국은 실패한 것이다.

그러함이니, 소위 공사학파(攻邪學派)의 병사 제거 일변도의 정책은,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재고되어야 한다.

한의학에서, 치병(治兵)에 대한 태도는 부정(扶正), 거사(祛邪)로 나뉜다.
정기를 북돋거나, 사기를 제거하는 것.
기실 이 양자는 의학자가 아니라도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생각한다.
보건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당국은,
코로나19에 있어 오로지 祛邪에만 치우쳐 있다.
이게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
새로운 祛邪 방법을 찾아내든가?
아니면 扶正 방법을 도입하여,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여야 한다.

애오라지 외국에서 도입한 백신에만 목을 매고 있는,
벽창우(碧昌牛)와 같은 고집스런 모습의 당국은,
대오각성하여, 기존의 무능한 보건 자원을 엄히 점검하고,
널리 새로운 인재를 구하고, 바른 방책을 세울 일이다.

蒼天之氣清淨,則志意治,順之則陽氣固,雖有賊邪,弗能害也,此因時之序。故聖人傳精神,服天氣,而通神明。失之則內閉九竅,外壅肌肉,衛氣散解,此謂自傷,氣之削也。
(黃帝內經-素問-生氣通天論)

“하늘의 기(氣)가 청정하면,
지의(志意)가 다스려지니, 
이 기운을 잘 따르면 陽氣가 견고해진다. 
陽氣가 견고하면 비록 적사(賊邪)가 있다 하더라도,
사람을 해칠 수 없으니, 이는 4계절의 차서를 따르기 때문이다.

고로 성인은 정신(精神)을 전하고 있다.
천기를 복(服)하면, 신명을 통하게 된다.
이를 잃으면 안으로 구규(九竅)를 폐하고,
밖으로 기육(肌肉)이 막히며,
위기(衛氣)가 흩어진다.
이를 자상(自傷)이라 하며,
기가 삭멸이 된다.”

그러니까, 내경의 태도는 이제 더욱 명백해진다.
正氣虛라, 정기가 허하면 사기가 밖으로부터 들어와 머물며 발병이 된다.
그러니 이는 자상(自傷)이라 스스로 다치게 되는 것임이니,
어찌 밖으로부터 병인을 찾을 노릇이랴?

한편 국내한의학계의 분발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말로는 중의학 못지않은 실력들을 갖추고 있다 매양 떠들지만,
지금까지 기껏 중국에서 개발된 청폐배독탕(清肺排毒湯)을 가져다,
일부 활용하는 정도이지 그밖에 무슨 성과를 낸 것이 있는가?
(※ 참고 글 : ☞ 코로나19와 한약)

나는 의학 전공자가 아니다.
다만 틈나는 대로 관련 자료를 훑고, 
관심을 놓치지 않고 있다.
양의가 죽을 쑤고 있으면 한의라도 나서야 하지 않겠음인가?
온 나라 사람들이 이리 고생을 하고 있는데,
평소 시민들로부터 성원을 받았으면,
이제 나서서 보(報)갚음을 하여야 하지 않겠음인가?

광화문에서 할복을 하고서라도,
그대 당신들의 게으름을 회개하고,
과오를 반성하는 이가 몇몇은 나와야 하지 않겠음인가 말이다.

소위 風寒邪를 다스리는 傷寒論이란 금자탑을 이룬 장중경(張仲景)의 후예들은,
지금 어디 한적한 골짜기에 들어가 오수라도 즐기고 있음이더냐?
이리 마냥 태평하고서도 그대들은 정녕 부끄러움이 없다더냐?

상한론이 통하지 않으면,
밤을 패가며, 다시 內經을 들여다보며,
溫補의 한 조각 자취라도 쫓아야 하지 않겠음인가?

당국이 모자라면, 
그리 누천년 시민들의 신세를 진 한의학도들이라도 발분하여야 할 터인데,
어찌 이리도 절간처럼 조용한가 말이다.
그대들은,
과연 이러하고도 한의학을 지키고 있다 자임할 수 있다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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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 2021. 12. 5. 1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