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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업자와 홍범구주

소요유 : 2022. 8. 2. 09:32


어느 분양업 종사자 하나가 카피 문구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가령 이런 식이다.

①안
XX 아파트
강남까지 30분
4호선 초역세권

②안
강남까지 29분!
4호선 초역세권
XX 아파트
....

대략 이런 식으로
어린 계집아이들이 줄넘기 하듯,
제 자리에서 뛰어오르기를 반복하고 있더라.

강남까지 30분 아냐 10분이라도,
이미 강남 밖 변두리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것.

10분이든 30분이든,
이게 다 도토리 키 재기 싸움일 뿐인 것을.
분양업자 치고 이 다툼을 하지 않는 자가 없다.
장마철 연못 안에서 밤새도록 우는 맹꽁이들이라니,
이 얼마나 식상할 노릇이랴.

이런 뻔하디 뻔하고, 구질스런 창법 집어 던지고,
제 목청 돋아 일 한 번 제대로 벌일 일이다.

가령, 상가에 코바나콘텐츠 유치하든가?
유랑객 신세인 준석이 사무실 하나 내줄 터이니,
게에 산채 꾸리고 양산박 식구들 데리고 창업하라 권하는 편이 낫지 않으리?
아니면, 왕짜 법사에게 로비하여,
용산(龍山)은 이미 기가 다 쇠하였으니,
분양일 이전에 윤가 대통 집무실 여기 호산(狐山)으로 옮겨야 한다고 작업하든지 말야.

(출처 : 網上圖片)

서경에 보면 홍범구주(洪範九疇)라고 나온다.
주역은 점이자 철학이지만,
홍범구주는 정치학 체계라 하겠다.
대저 장부라면 이 둘은 최소한 다 공부해두어야 한다.

천하사를 오행, 오사, 팔정, 오기, 황극, 삼덕, 계의, 서징, 오복
이리 아홉 가지로 categorization하는 것이다.
(初一曰五行,次二曰敬用五事,次三曰農用八政,次四曰協用五紀,次五曰建用皇極,次六曰乂用三德,次七曰明用稽疑,次八曰念用庶徵,次九曰嚮用五福,威用六極。)

여기 오행(五行)을 두고 생각해본다면,
금목수화토 다섯이 아니라,
가령 일월을 보태어 칠요(七曜)로 나눌 수도 있지 않겠음인가?
하지만, 오행으로 먼저 분류해 버리고나면,
다음부터는 다섯 분류 체계 안에서 사물을 갈래짓고 합하고 하면서,
세상의 변전태가 기술되고 이해되어 버리고 마는 법.

컴퓨터의 이진법(the binary system)이라는 것도,
애초 그리 0, 1 state로 사상(事象)을 나눠 보겠다는 것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나니 이젠 디지털은 이 이진법 체계 안에 모두 구속되고 말았다.
하지만, 삼진법(the ternary system)이라고 왜 아니 되랴?
실제 우리 고유의 삼태극은 바로 3진법 체계가 아닌가?
이진법 체계 안에 갇힌 세상은,
그 테두리 밖으론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거기 주박되고 만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사람이 있어 이진법 마땅치 않다,
삼진법으로 고쳐 나아가야 한다.
이리 선언하고 판을 바꿔버린다면 어찌 되겠음인가?

이 둘을 10 bit를 두고 생각해보자.
그 전개 양상과 작용효과는 놀랍도록 큰 차이가 난다.

2^10 = 1024
3^10 = 59049

진법 체계를 바꾸자,
곧바로 어마어마한 체제 변혁이 일어나고 만다.

모든 분양업자들이 강남이란 이진법 안에 갇혀 도토리 키 재기 경쟁을 하며,
우리 농장 옆 물웅덩이에서 야밤 내내 맹꽁맹꽁 우는 맹꽁이를 방불하고 있다 할 밖에.

강남은 예컨대 이미 이진법이나 오행법수 체계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
이를 추수(追隨)한들 천년 내내 강남 아류를 면치 못하게 된다.

그런즉 성공하는 분양업자는 30분, 20분 따위 뻔한 수작질로 날을 지새울 것이 아니라,
건곤일척 천하를 놀라게 할 洪範을 새로 제시하고,
천하사를 아홉이든 열둘이든 과감히 칼로 갈라 천하대법을 세우며,
천둥번개 큰소리로 세상 사람에게 발호시령(發號施令)하여야 한다.

그대 당신들 앞 마당 물웅덩이에서도 일두신구(一頭神龜)가 나타나,
천지대법(天之大法)을 헌급(獻給)하였다라며, 
세상을 향해 한껏 능갈칠 수 있게 되노니.

이러고서도 분양을 다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내 말이 그른 것이 아니라,
실로 저이의 재주가 영 젬병이라 할밖에.

그런즉 카피업계에 떠도는 이 말,
“카피를 생각하지 말고 카테고리를 생각하라”의 함의가 바로 이런 게 아니었을까?

장마에 지붕이 새어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자,
집식구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양재기, 대야, 들통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맹꽁이 타령을 부르는 정경이,
저 분양업자들의 강남 20분, 30분 다툼과 뭣이 다른가?

하(夏)나라의 우(禹)왕이 홍범구주를 만들어 천하를 그의 발아래 복속시켰다.
여기 무릎 꿇고 순응하면 밤마다 서럽다 우는 맹꽁이가 되고 만다.
이제 그대 당신들은 그대만의 홍범대법을 만들어,
천하를 호령하는 왕이 될 일이다.

부처의 천상천하유아독존 역시,
네가 곧 우왕임을 자각하라는 말씀이 아니겠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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