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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제종무(設祭鐘巫)

소요유 : 2022. 9. 30. 14:49


윤석열은 손바닥에 왕짜 새기고 나타나 공화국 수장 자리를 꿰찼다.
여기 흥이 일은 것일까?
그는 민방위복 팔뚝에도 대통령이라 새겨 박았다.
그의 상징자산은 인격이나 평판이 아니라,
표찰이 아닌가 싶다.

(출처 : 圖片來自網絡)

그외 청와대 이전, 조문 출발 시간 조정 등등.
그에겐 유독 초자연적 신령의 위력에 의지하는 양 싶은,
이야기 거리가 묏봉우리에 걸린 자색 구름처럼,
그의 곁을 자욱하니 맴돌고는 한다.

이에 여기 옛 이야기 하나를 다시 상기해보게 된다.

춘추(春秋)시대, 노혜공(魯惠公)에겐 정실 소생인 궤(軌)가 있었다.
하지만 노혜공이 죽고 후위를 물리고자 하니 궤는 너무 나이가 어렸다.
의논 끝에 첩의 소생인 식고(息姑)가 왕이 되었다.
이가 곧 노은공(魯隱公)이다.

노은공은 사람이 어질어,
평소에 늘 이리 말했다.

'이 자리는 내 것이 아니라,
본래 궤의 것임이라,
장성하면 그에게 자리를 물리겠다.'

하지만, 공자 휘(翬) 때문에 사달이 나고 만다.
휘는 노은공을 찾아가 후일을 안전하게 도모하려면, 
궤를 죽여버려야 한다고 간했다.
하지만 노은공은 노발대발하면서 그를 물리쳤다.

이에 위험을 느낀 휘는 도리어,
궤를 충동여, 반란을 일으켜 노은공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하게 된다.

이야기는 이리된 것이다.

본래 식고(노은공)는 군위에 오르기 전, 정나라와 싸울 때,
포로가 되어 호양(狐壤) 땅, 정나라 대부 윤씨(尹氏) 집에 머물렀다.
윤씨는 종무(鐘巫)란 귀신을 섬겼다.
식고는 도망가 노나라로 들어가는 것을 꾀하여,
몰래 종무에게 기도를 드렸다.
그 점괘는 길하다고 나왔다.
이를 윤씨에게 말하자,
정나라에 뜻을 두고 있지 않은 윤씨는 식고와 함께 정나라를 버리고 떠났다.

그 후, 노은공은 노나라에 돌아와,
종무를 모시는 사당을 짓고,
때마다 친히 가서 제를 지냈다.

휘는 궤에게 이를 말하며,
제를 지낼 때를 노려,

그가 묵는 숙소에서 죽이자고 권하였다.

여차저차 하여 이 계획은 성공하고,
노은공은 인정을 베풀려다, 도리어 죽임을 당하고,
왕위까지 빼앗기고 만다.

염옹(髯翁)이 사서를 읽다 이 대목에 이르러, 시 하나를 지었다.
이제 그를 여기 떠올려 본다.

狐壤逃歸廟額題,年年設祭報神私。鐘巫靈感能相助,應起天雷擊子翬。

“호양 땅에서 도망쳐 와서, 사당을 짓고 현판을 달고,
 해마다 제사상 올려, 귀신에게 사사로운 은혜를 갚았다.
 종무라는 귀신이 효험이 있어, 서로 도울 능력이 있다면,
 하늘이 감응하셔, 벼락을 내리쳐 공자휘를 벌했으리라.”

염옹은,
귀신이 정말 있다면,
제를 지내면 복이 따라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실로 종무가 영검스런 귀신이라면,
어찌 간신 휘를 사전에 쳐 죽이지 못하고,
되려, 자신이 죽임을 당하고 말랴?

노은공은 종무에 너무 의지하다 망하고 말았다.
과연 귀신이 있는 것이라면,
그는 나올 때와 들어갈 때 섬길 신이 다른 것을 몰랐다 하겠다.
나올 때 종무를 섬겼다면,
이제 왕이 되고 나서는 지키는데 능한 귀신을 새로 모셨어야 한다.

귀신도 다 능한 곳이 다르니, 저마다 주특기가 있는 법이다.
윤석열에게 종무 이야기를 들려주노니,
혹 이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귀신이든 법사든,
때에 따라, 곳에 따라,
다 자신의 길을 열어줄 인연,
망치는 인연 달리 있는 법이다.

대저 사람이 귀신을 섬긴다 하지만,
실인즉 귀신에게도 사람이 요긴한 존재다.
사람이 도움이 되는 귀신을 모셔 흥하기도 하지만,
때론 엉뚱한 귀신을 모셔 망하기도 하는 법이다.
그래 귀신도 가려 택하여야 하는 법이다.

역으로 귀신 역시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종무처럼, 종말이 흉한 자를 만나면,
잿밥 오래도록 먹지 못하고 종국엔 굶어죽고 마는 법이다.

推生事死,推人事鬼,故百神之祀,皆用眾物,無用人者。
(論衡 𧬘時)

'산 사람을 섬기듯 죽은 이를 섬긴다.
그런즉 온갖 귀신을 제사지낸다한들, 
여러 제물을 쓰지만,
산 사람을 쓰지는 않는다.'

귀신을 섬긴다한들,
사람을 위한 것을 벗어나지 않는다.

未能事人,焉能事鬼神?

그래 공자는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 섬기는 것도 모르는데, 어찌 귀신 섬기는 일에 대하여 말하리?

귀신을 섬기든, 법사를 모시든,
그것은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최소 공적 영역에 들어와서는,
지 아무리 용한 귀신이라 여긴다한들,
제 집 사당에 모셔두고 나올 일이지,
시민들을 상대로 시험할 일이 아니다.

참고로 나는 귀신을 믿지 않는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귀신의 유무에는 상관없이,
다만 내 양심을 믿고, 이성을 따를 뿐이다.

修正其身,以待天命,此所以立命之本也。

'저 자신을 바로 닦은 후에, 
이로써 천명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게 立命의 본(基本)이다.

아아, 귀신이 아니라,
자신을 믿고, 천명을 기다릴 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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