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백업(backup)

소요유 : 2022. 10. 17. 15:27


내가 소싯적, 일 때문에 성남 소재 전화국을 방문한 적 있다.

거기 과금(課金)시스템이 있는데,

동일한 장비가 셋이나 놓여 있다.

 

하나는 지금 가동 중이며,

나머지 둘은 백업용이다.

 

만약 가동 중인 하나가 고장이 나면,

즉각 백업1로 대체되며 고장 수리에 들어간다.

이제부터는 백업2 하나만이 백업용으로 뒤를 받쳐주게 된다.

만약 대체 가동 중인 백업1마저 고장이 나면,

백업 시스템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채,

다시 대체 투입된 백업2만 홀로 實가동하게 되는 폭이니,

뒤가 허전하여 장래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 하나라도 고장이 나면,

CE(Customer Engineer)가 즉각 출동 수리에 임하게 된다.

 

특히나, 과금, 결제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이용자뿐이 아니고 서비스 제공자도 큰 혼란을 겪게 되며,

때에 따라 상상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백업은 이런 사업 단위에선,

명줄을 걸고 단단히 채비해두어야 한다.

 

요즘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cloud data center)가 성장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만약 데이터 백업을 하지 않고 운용된다면, 불의의 사고 시 대란이 일어나고 말리라.

그러니 2중 3중으로 백업 시설을 하지 않고서는 이 사업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업은 시설 투자 능력을 담부할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곁두리는 몰라도 본 사업에 감히 뛰어들 수 없다.

 

그러니 아마존, MS 등 자본 동원 능력이 뛰어난 대기업이 아니면,

불감생심(不敢生心) 사업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어제 카카오에서 임대 사용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나자,

다음, 카카오톡, 티스토리 등 관련 사업 서비스가 먹통이 되고 말았다.

 

기억하는가?

2018년 KT 아현지사에 화재가 나,

일대 통신망이 마비되었던 적이 있다.

 

이 때, 망 이용자인 금융기관, 기업체들은,

백업 시스템을 제대로 하지 않아 큰 혼란을 겪었다.

 

그런데 당시 스타벅스커피코리아만은 망 3중화 시스템을 구축해두었기 때문에,

결제 시스템 마비 없이 영업을 하였다.

이게 당시 유일한 사례다.

 

이번 사고로,

해당 사업주는 사과문을 발표하였지만,

이게 내 눈엔 영 부실하기 짝이 없다.

 

분할 백업하고 있다고 해명하며,

즉각 이원화 조치 작업을 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정상화가 되지 않고 있는가?

 

이것 희한한 일이 아니냐?

저런 사업을 하면서 백업을 하지 않을 리는 없다.

하지만, 즉각 정상화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백업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거나,

이원화 대응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저들은,

"소방 당국의 신속한 조치로 현재 화재 진압은 완료되었으나, 안전상의 이유로 데이터센터에 즉시 전원을 공급하기 어려워 장애 해결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분할 백업이 되었다면,

지금 사고 난 곳의 사정이 무슨 문제가 된단 말인가?

백업된 다른 곳의 데이터와 전원은 멀쩡하지 않겠음인가?

 

따라서 저들의 언설은 요령부득이며,

앞, 뒤 말에 정합성이 떨어져 신뢰하기 어렵다.

보안을 위한 사이트 종별이 있다.

Mirror Site
Hot Site
Warm Site
Cold Site

이 중 1등급인 Mirror Site란,
주 센터와 동일한 수준의 정보기술 자원을 원격지에 채비하고,
재난 발생시 실시간으로 동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고 수습에 수일이 소요된 것은,
2등급 이하로 채비하였다고 보여진다.

기업 입장에선 투하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규율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역할은,
역시나 규제 당국에서 맡았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기업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 하겠으나,
그렇다 하여 온전히 책임이 모두 있다기보다는,
정부 당국의 무능과 안일함 역시 질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규제책을 만들게 되면,
역으로 기업은 이 한도 내에서 행동을 하게 되며,
한도 밖의 일에 대하여는 구실 근거내지는 면책 사유가 되어버린다.

그런즉 규제 일변도 정책이 마냥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설비 규준은 최대가 아니라 외려 필요 최소한에 그치고,
사고 발생시 기업에서 그 책임을 담부하게 하여,
시장에서의 공급자 경쟁과 소비자 평가를 통해,
선택과 보상이 자율적으로 일어나도록 하는 게 더 나은 방책이 될 것이다.

정부는 설비 규제가 아니라, 사고시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하여,
저들의 안일함과 무책임에 대한 댓가를 따져 묻고,
사회적 편익과 비용을 조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환경하에서, 기업은 평판관리와 피해보상비용 수준을 자율적으로 정하고,
그 결과를 온전히 자신이 수용해나갈 것이다.


天不言而信,神不怒而威;誠故信,無私故威。

(張載 正蒙 - 天道)

 

“하늘은 말을 하지 않아도 미덥다.

신은 화를 내지 않아도 위엄이 있다.

정성스러우므로 믿을 수 있고,

사사로움이 없은즉 위엄이 있다.”

 

북송 장재(張載 張橫渠) 천도편에 나오는 말씀이다.

 

분할 시스템이라면, 사고와 무관하게 즉각 백업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한다.

그러자고 분할 시스템 만들어 대비하는 것 아닌가?

 

誠故信이라 하였음이다.

 

사고는 터지고, 대응은 부실한 이를 두고,

어찌 성실하다 할 수 있는가?

그런즉 저들을 신뢰할 수 없다.

 

신뢰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절대 일류 기업이 될 수 없다.

 

여기 관련 회사 주가 하락률을 보라.

아무리 대세 하락기라 하지만,

저들의 하락률은 상당하다.

앞일을 예비하였음일까?

허나, 뒷일 역시 상응하는 댓가를 치루고 말 것이다.

誠故信,無私故威。

이 말씀을 저들은 잘 되새겨야 하리라.

 

(※ 출처 : https://youtu.be/WT15d7C1t0c?t=507)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명횡사(非命橫死)  (0) 2022.11.02
그린웍스 예초기 개조  (2) 2022.11.02
법률기능공  (0) 2022.10.26
파리  (0) 2022.10.14
설제종무(設祭鐘巫)  (1) 2022.09.30
야랑자대(夜郎自大)  (1) 2022.09.29
Bongta LicenseBongta Stock License bottomtop
이 저작물은 봉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3.0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행위에 제한을 받습니다.
소요유 : 2022. 10. 17. 1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