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늙으면 죽어야 한다

소요유 : 2023. 4. 7. 13:02


늙으면 죽어야 한다.

진중권
이 사람 화법이 말끔하고 이론 전개가 논리적이라 주목하였었다.
하여 그가 쓴 책 따라가며 대부분 읽었다.
그런데 이번 발언은 그도 이젠 기력이 쇠하여지고, 총기가 흐려지고 있는 방증이라 하겠다.
그의 화법에 의지한다면, 동의 여부를 떠나, 
늙어가는 그에게 이리 말해도 할 말이 없으리라.

‘늙으면 죽어야 한다.’

(출처 : viewsnnews)

아닌 게 아니라 근래 그의 태도가 심히 의심스러웠다.
내가 페이스북 친구로 유일하게 등재한 이가 그다.
그것도 한 때, 친구 되지 않으면 글을 읽지 못한다 하기에,
도리없이 가입한 것이긴 하다만.
품고, 뱉어가며, 
세상을 가르며 무슨 진보 운동을 하려 하는지?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지?

근래 슬그머니 절개가 꺾이고, 세상에 아첨하는 인상이 짙어가,
요사이 그의 글을 잘 읽지 않고 있었다.

요즘 여기 시골 동네 풍경을 보며 느끼는 바가 있어,
마침 내가 산책하면서 얼마 전 현장을 죽 찍어 보았다.
논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주택이 몇 채씩 지어지더니만,
이즈음엔 밭에 택배회사, 건설 중장비 회사, 야적장,
그리고 떡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이게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예전 절대농지엔 전용 허가가 나지도 않지만,
훼손하면 엄한 벌로 죄를 물었다.
이젠 아마도 이게 이미 다 허물어진 모양이다.

진중권은 이리 말하고 있다.

농업이 과연 지속가능하냐는 것이다. 제한된 예산을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의 단순한 유지에 쓰는 것보다는 젊은이들이 뛰어들 수 있는 산업이 되도록 농업의 근본적 전환을 하는 데에 쓰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책상물림이 머릿속으로 이론 구성하는 것은 쉽다.
그가 모르는 것을 지적해볼까?
이즈음 벼농사처럼 쉬운 게 없다.
이앙 작업부터, 재배, 추수까지 모두 장비가 투입되어 이뤄진다.
이앙기, 콤바인이 논에 들어가 단숨에 일을 해치어 버린다.
예전처럼 모를 심으려 수십 명이 동원되어 종일 허리를 구부리며 수고할 일 없다.

내가 예전에 회사에서 차출되어 직원 논에 모심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흙 속에 숨어 있던 깨진 유리로 발바닥이 그어져,
그 흉터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
다만 그때 마셨던 농주는 아직도 입안을 맴돌며,
목줄기 따라 삼삼팔팔한 기억을 뱃속 깊이 흘려내고 있다.

비료 넣고, 농약 치는 것도 단위 농협에서 장비 동원하여,
눈 깜빡할 사이에 너른 논을 다 처리하고 만다.

돈이 들어서 그렇지, 논 주인은 그야말로 뒷짐 지고,
논두렁 순찰이나 하면 나머지는 장비가 다 일을 해낸다.

진중권이 뭘 모르고, 젊은이들이 뛰어들 환경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뛰어들어도 할 일이 없거나, 수익 창출이 되지 않는다.
이미 농산물은 똥값으로 내려앉고, 농민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다.
농사짓겠다고 젊은이들이 들어올 유인 환경이 현재 없고,
앞으로의 전망도 만만치 않다.
나라 꼬락서니가 젊은이들이 애도 낳지 않는 형국이다.
농사처럼 고단한 짓을 저들이 할 까닭이 있겠음인가?

혹간 젊은이들이 농업에 투신하겠다 들어오지만,
대개 이들은 실제 농사를 짓기보다는 카페를 만든다, 체험농장을 한다,
유통망을 조직한다는 등 불공이 아니라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다.

농사 쉽지 않다.
단 한 뼘 땅이라도 직접 땀을 흘리며 겪어 보아라.
뭣 모르고 달려들었다가,
아마 일주야도 못 버티고 줄행랑을 칠 인간들 적지 않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내가 일하다 흙바닥에 퍼질러 앉아 탄하는 말이 있다.
텃밭에 푸성귀나 고추를 기르고 있는데,
이것 키우는 정성이나 수확하는 품이 제법 든다.
하지만, 장에 가면 그에 비하면 그야말로 헐값이라,
돈으로 따진다면 텃밭 농사도 장에서 사는 것보다 외려 밑지는 장사다.
재미나 건강 농산물, 농철학 등의 고려 요소가 없다면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뒤집어 말한다면 장에 나온 농산물의 품질이 썩 좋을 리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만다.
허장성세로 그저 부풀려 크게, 많이 키우는 게 목표라,
비료 처넣고 농약 마구 뿌리며 재배할 소지가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제대로 된 정성 쏟자면 지금 가격의 열 곱은 더 받아도 할까 말까 이리라.
게다가 이러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

실제 지켜보고 있자면, 저것을 어찌 사 먹겠는가?
나는 절대 먹지 않을 것이다 이리 다짐을 하게 된다.
마치 중국집 주방 환경 보지 않아서 자장면 맛있게 먹는 것이지,
내막을 알고서는 쉬이 먹을 기분이 들지 않는 것과 매 한가지다.

EU의 택소노미(Green Taxonomy) 그리고 우리나라의 (K-택소노미),
RE100(Renewable Energy 100%)는 모두 에너지 사용에 대한 반성에 기초한다.

식량안보를 외면할 수 없는 게,
저 패악의 인도네시아 사례를 비추어보더라도 결코 허황되거나, 한가한 노릇이 아니다.
한편, 에너지 투입 측면에서도,
스마트 팜 등의 소위 첨단 농법이 마냥 지향해야 할 목표가 되어야 하는가?
이는 보다 더 섬세하고 많은 연구가 필요한 과제라 하겠다.

주위에 특용작물이니 첨단 스마트 팜이니 떠드는 노랫가락은 들리나,
이것 다 자본 놀음이지 몸빵으론 어림도 없는 짓거리다.
너른 땅 연해주나, 아무르주에 가서 자본 투입하고, 기계농이나 하면 모를까?

지난 코로나19 시국에서,
인도네시아가 쌀 수출을 금지한 적이 있다.
그때 수입국인 필리핀은 붕 쪄서 실로 난처한 지경에 처한 적이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쌀 생산에 차질이 벌어질 일이 없는데도,
안보를 이유로 수출을 막은 것인데,
그때 나는 인도네시아 놈들의 천박한 인격을 목격하고 몹시 분개하였다.
적국도 아니고 평소의 고객인 상대를 생각하지 않고,
염치를 팽개친 저들을 보고 흉칙스런 놈들이라 생각하였다.
요즘 보아라 전투기 KF-21 분담금 내지 않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약속 어기는 짓을,
석쇠 위의 자반 고등어 굽듯 뒤집기 일쑤 아니던가?

‘비상한 사태가 벌어져야,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그래 옛부터 여러 말씀이 계셨다.

雪後始知松柏操,事難方見丈夫心

눈 내린 다음이라야 송백의 지조를 알고,
어려움을 당했을 때에 사람의 마음을 알아볼 수 있다.

路遙知馬力,日久見人心。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날이 오래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嗚呼!士人到了窮境時,才看得出他的節操和義氣

“오호라, 사람이란 곤경에 처했을 때라야 비로소 절의(節義)가 나타나는 법이다.”

한유(韓愈)가 그의 文友인 유종원(柳宗元)의 묘비명에 쓴 글로,
갖은 풍파를 겪으며, 나는 이를 평생의 지침으로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다.

常事曰視,非常曰觀。

일상 상태에서는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볼(視) 뿐이지만,
비상한 사태에 이르러서야 그 본질을 관(觀)할 수 있다.

蓋世必有非常之人,然後有非常之事;有非常之事,然後有非常之功。
(司馬相如傳)  

아무리 세상이 어지러워도 반드시 비상인(非常人)은 있는 것이며,
기실 그 이후라야 비상한 일이 정해지며,
이런 일이 벌어진 후에라야, 비상한 공적을 이룰 수 있다.

그런즉, 비상한 사태를 마냥 꺼릴 일이 아니다.
이때라야 비로소 진인(眞人)인 비상인(非常人)을 만날 수 있다.
이런 귀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복되랴. 

天道有常,王道亡常

하늘의 도는 常하지만, 왕도는 常이 없다 하였다.
이 말은 무슨 말이냐 하면, 천도는 사계절이 돌아가듯 언제나 일정하지만(법칙적),
욕심의 세상인 이 일상의 세계엔 비상한 일도 곧잘 벌어진다는 말이다.
그러하기에 이때 비로소 공적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을 비롯한 운동권 패거리들이,
마냥 제 욕심 차리며 세상을 흐리기에,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외친 윤석열이 나왔을 때 제법이다 싶었다.

헌데, 대권 잡자 하는 행실을 보자하니,
이것은 뭐 문재인보다 곱절은 더 엉터리가 아닌가 말이다.

내가 평생 한비자를 사모하고 따르며,
원칙, 법칙을 굳게 세워 바른 세상이 오기를 고대하였음이다.
헌데, 이런 믿음이 윤석열 일당으로 인해 크게 훼손되었다.
특히 한비자의 이 대목을 그 동안 내가 미더워 하면서도,
이 뻘밭 같은 세속에서 과연 법의 실현은 무엇이 담보할 것인가?
이런 의심을 가졌었는데, 
이게 윤석열 도당으로 인해 확인이 되었다.
(※ 참고 글 : ☞ 비룡은 구름을 타는가?)

아아, 비룡은 권세, 법으로 하늘을 나는 것만이 아니라,
그가 갖춘 자질에 크게 의지할 수도 있음이다.
‘비룡은 구름을 타는가?’
이 글에서 갑, 을, 병 삼인이 등장하여 소론을 펴는데,
한비자는 바로 세 번째 병에 當한다.
앞선 갑, 을 둘을 멍석으로 말아 버리며,
법으로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고 외치고 있음이다.

抱法處勢則治,背法去勢則亂。今廢勢背法而待堯、舜,堯、舜至乃治,是千世亂而一治也。抱法處勢而待桀、紂,桀、紂至乃亂,是千世治而一亂也。

법을 지키고 세위에 있으면 다스려지고,
법을 어기고 세위를 버리면 어지러워진다.
만일 세위를 버리고 법을 어기면,
요, 순을 기다려 요, 순이 나타나면 이내 다스려지지만,
이는 천년 어지러워졌다가 한 번 다스려지는 격이 된다.
만일 법을 지키고, 세위에 있으면,
걸, 주를 기다려 걸, 주가 나타나면 이내 어지러워지지만,
이는 천년 다스려졌다가 한 번 어지러워지는 격이 된다.

한 인간이 있어, 입 털어 매양, 공정, 상식을 외친들,
그가 요, 순이 아니고, 걸, 주라면 어찌 될 것인가?
저 대목에서 등장하는 을의 주장을 병(한비자)이 꾸짖고 있지만,
기실 을은 오늘에 와서 살며,
윤석열을 손가락질로 가리키며 자신의 주장이 옳았음을 반증하지나 않을까?

윤석열이 고맙다.

내 믿음과 회의의 과제였던 難勢편의 
비룡(飛龍)과 등사(騰蛇)가,
구름을 타고, 안개를 노니는 이치를 깨치게 하였음이니.

과제가 하나 더 늘었다.
한비자를 다시 제대로 새겨 가며 읽어야겠다.

실로 어지러운 세상이다.

ps)

진중권이 혹 시간이 나면, 다음 영상을 보길 권한다.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건드리지 말라  (4) 2023.04.14
연소운산(煙消雲散)  (0) 2023.04.11
대안 사실과 대위 사과  (0) 2023.04.10
고침무우(高枕無憂)  (0) 2023.04.03
대승적(大乘的)  (0) 2023.03.23
명변시비(明辨是非)  (0) 2023.03.18
Bongta LicenseBongta Stock License bottomtop
이 저작물은 봉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3.0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행위에 제한을 받습니다.
소요유 : 2023. 4. 7. 1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