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운산(煙消雲散)
연소운산(煙消雲散)
아아, 바람 한 줄기가 불자,
그리움의 손수건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창의(倡義)의 깃발은 구름처럼 흩어져 버렸다.
세상의 꿈과 희망이란 이리도 허망한 것이런가?
권경애란 변호사가 있다.
공부도 너르고, 의식도 반듯하여,
세상이 어지러울 때 가끔 그의 글을 읽었다.
그러던 그가 광풍을 몰고 왔다.
그는 변호를 맡았던 학교폭력 사건에,
세 번씩이나 재판정에 나아가지 않아 패소하였다.
한 번은 그럴 수 있다 하자.
두 번도 있을 수 있다 하자.
하지만 세 번씩이나 그리도 할 수 있음인가?
(출처 : viewsnnews)
설혹 작정하고 변호 사건을 망치려고 하였다 한들,
세 번씩이나 그리하면 패소할 것을 어찌 몰랐을 리 있을까?
그리되면 책임 문제가 따르고, 사회적 지탄의 적(的)이 될 것은 불문가지다.
형식적일지라도 일단은 참석하여 세상을 가리려 하지 않았겠음인가?
그러함인데도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하였을까?
세상 사람들은 모두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말한다.
‘자신이 감당할 부분은 책임지겠다.
사정을 이야기 한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학교 폭력의 희생자 유족을 위로하며,
두 손을 꼭 잡아 드리며 마음을 같이 한다.
이 나머지 글에선 비록 나누지 않을 예정이지만,
유족 분과 슬픔과 분노를 함께 함을 밝혀둔다.
斷指以存腕,利之中取大,害之中取小也。害之中取小也,非取害也,取利也。其所取者,人之所執也。遇盜人,而斷指以免身,利也;其遇盜人害也。斷指與斷腕,利於天下相若,無擇也;死生利若,一無擇也。殺一人以存天下,非殺一人以利天下也。殺己以存天下,是殺己以利天下。於事為之中而權輕重之謂求,求為之,非也,害之中取小,求為義非為義也。
(墨子 大取)
“손목을 보존하기 위해 손가락을 자르는 것은,
이익 중에서 큰 것을 취하고, 손해 중에서 작은 것을 취하는 것이다.
손해 중에서 작은 것을 취하는 것은 손해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그가 취한 것은 인간의 소집(所執-인간의 자연스런 집착, 성질 같은 것.)이다.
도적을 만나 손가락을 잘리어 살신지화(殺身之禍)를 면하였다면, 그것은 이익이다.
하지만, 도적을 만난 것은 손해다.
손가락을 잘리고, 손목을 잘리는 것이 천하에 이익됨이 같다면, 선택할 여지가 없다.
생사 문제가 천하에 이익됨이 같다면,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천하를 보존하기 위해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천하를 이롭게 하기 위해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천하를 보존하기 위해 자신을 죽이는 것은,
천하를 이롭게 하기 위해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
일을 함에 있어 권병(權柄)으로 경중을 가리는 것을 일러 ‘구(求)’라 한다.
다만 구(求)에 집중하는 것은 옳지 않다.
손해 중에서 작은 것을 취하는 것은,
마땅함(의로움)을 추구하는 것이지,
결코 진정으로 마땅함을 행하고자 함이 아니다.”
求為義非為義也
그는 권병과 利를 求하였을 뿐,
義를 행하지는 않았다.
풍찬노숙하며 민주화를 위해 투신하였던 운동권 패거리들을 보라.
막상 세상이 뒤집히고, 급기야 정권까지 잡자 어찌 변하였는가?
미대사관 방화까지 하였던 자들이 자식들은 미국에 유학 보내고,
갖은 이권을 노려 패악질을 일삼지 않았던가?
이해찬은 20년 집권론을 펴며 울부짖었다.
이것 영구 독재 꾀하였던 박정희와 무엇이 다른가?
한(漢) 경제(景帝) 때,
개혁의 화신 조착(晁錯)이란 인물이 있었다.
그는 일찍이, 장회(張恢), 신불해(申不害), 상앙(商鞅) 등,
법가(法家)를 배워, 강직하고 올곧았다.
그가 개혁책을 마련하고, 각지의 봉건 군주들을 옥죄이자,
지방 봉건 군왕들은 그를 내쳐야 한다고 아우성이었다.
급기야 오왕유비(吳王劉濞)가 반란을 일으켰다.
이에 경제는 놀라 조착을 희생양으로 삼아 피의 재단(齋壇)에 눕히고 만다.
경제도, 조착도 어찌 세상 판이 돌아가는지 다 안다.
그들은 만나 마지막 이별주를 나눈다.
漢武大帝第五集:
漢景帝:老師,您過去曾說:世上對的事情就是對的,錯的事情就是錯的。可朕當了皇帝,慢慢覺得這世上的事情,也不完全是這樣。有的時候,錯的,也是對的。對的,有時倒是錯的。明明是錯的,有時偏得去做。明明是對的,有時偏又無法去做。
晁錯: 但臣還是認爲,對的,到頭來還是對的!錯的,到頭來它還是錯的!
漢景帝:老師,朕身爲皇帝,貴爲天子,可也有許多不得已的時候。您說過,若毒蛇齧指,壯士斷腕,爲天下者,不顧身家……
晁錯:陛下不必多言,臣都已明白。臣就以這杯酒,敬謝陛下。臣不敏,待罪侍奉陛下二十年,蒙受陛下知遇之恩,晁錯再世難忘……
경제 :
사부님께서 전에 이리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서 옳은 것은 옳은 것이며,
잘못된 건 잘못된 것이다라고.
허나 짐이 황제가 되어,
세상사를 천천히 생각해 보니,
꼭이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잘못된 것이 옳은 것이고,
때로는 옳은 것이 잘못된 것이기도 했습니다.
분명 잘못된 것인데,
어떻게 하지 못할 데가 있고
분명 옳은 것인데,
어떻게 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조착 :
허나 신의 생각에 옳은 것은,
결국에는 옳은 것이었으며,
잘못된 것은 결국 여전히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경제 :
사부님,
짐은 황제라는 귀한 천자의 몸이지만,
저도 어쩌지 못하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독사에게 손가락을 물리면,
장사가 팔을 절단하듯이,
천하를 생각하는 자는,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
조착 :
폐하, 더 말씀하실 것 없습니다.
신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신이 이 한 잔의 술로,
폐하께 예를 올리겠습니다.
어리석은 신이 폐하를 모시는 20년 동안
다행히 폐하를 알게 된 은혜를 입었으니,
조착이 내세에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
권경애.
그에겐 필시 말 못할 곡절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차마 부끄러워 말 못할 것이든,
아니 협박에 의해 그리 된 것인지 그 무엇이든 간에.
경제는
若毒蛇齧指,壯士斷腕,爲天下者,不顧身家
이리 말하며 팔을 잘라, 아귀처럼 달겨드는 이리 떼에게 내주었다.
천하를 위한다 하였으나, 기실은 황제 자신의 보위를 지키기 위함에 아니랴?
(출처 : 圖片來自網絡)
권경애 역시 壯士斷腕 자신의 팔을 잘랐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 비로소 자신을 위하여,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천하를 위하여.
권경애
내가 평소 사모하였던 그,
바람 한 줄기 불자 사라지고 말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쩐 일인지,
농장의 매화나무들은 모두 비실거린다.
피자마자 비바람 맞고 땅으로 흩어지고 만 매화꽃처럼,
그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슬프다.
바람결에 조착의 외침이 들려온다.
對的,到頭來還是對的!錯的,到頭來它還是錯的!
옳은 것은,
결국에는 옳은 것이었으며,
잘못된 것은 결국 여전히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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