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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황망(流連荒亡)

소요유 : 2023. 11. 13. 18:07


유연황망(流連荒亡)

데즈먼드 슘이 지은 ‘레드 룰렛’을 대하자,
오래전에 프레시안에서 연재하였던 ‘창랑지수’란 소설이 떠올랐다.
(※ 참고 : ☞ 창랑지수)

모두 중국공산당 일당 독재의 폐해와 그 적나라한 사회 현실상을 그려내고 있다.
레드 룰렛의 저자는 공산당과 엮여 한껏 부정부패를 일삼다 종말을 맞는다.
그는 북송시대 정치가 범중엄의 “외치다 죽을지언정 입 다물고 살지는 않겠다.”는 말을 모토로 삼아 용기를 내 책을 썼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가 과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 책을 썼는지,
아니면 이젠 다 허망하게 허물어진 자신의 삶 앞에,
제 허물을 덮기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아마도 그가 망하지 않았다면,
더욱 그의 삶을 남몰래 즐기고 있을 터이지,
이리 똥 씹는 표정으로, 이삭 줍는 기분으로 책을 엮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곧잘 부패한 정치가가 자서전을 쓴다 하거나, 써내곤 하지만,
거기 과연 과오에 대한 참회와 진실이 기록되었는지,
아니면 면피와 은폐로 점철되었는지,
눈 밝은 이는 다 알아볼 수 있다.

맹자(孟子)엔 이런 말씀이 나온다.

樂以天下,憂以天下,然而不王者,未之有也。

‘즐기되 천하 만민과 함께 하며,
근심하되, 천하 만민과 함께 하며,
그러하고도 왕 노릇하지 못한 자는 아직 있어 보지 못합니다.’

보아라.
천하는 이준석이니, 이재명이니 하는 좌판 벌려 장사하기 바쁜,
쓿은 쌀 뉘보다 못한 정치모리배들로 어지럽다.
모두 머리 종종 모아 수군거리며, 천하를 돌아다니지만,
하나같이 제 앞길 틀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 아니더냐?
동으로 가서 택시 운전수 노릇하고,
서로 가서 야간 학당 만들어 야살을 떨지만,
이것 모두 보여주기식 놀음이라, 미처 며칠을 못가 작파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신당을 만드네, 제삼지대니 하며,
권력 잡기에 혈안이 되어 정치 팔아 제 업에 종사할 뿐이다.
(※ 신당, 제3지대 자체에 대한 평가는 차한에 부재함.)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들이라 할 밖에.

無心念佛一心吃齋라고,
염불엔 마음이 없고 다만 잿밥에만 침을 흘릴 뿐이다.

녀석들이 국가 대계를 논하고, 민생을 걱정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정치 평론한다는 매체들도, 권력 행방이 어떻게 돌아갈 것이나 염려하며,
저들이 신당을 만든다느니, 수구회의를 한다느니 손가락질하며,
흘린 콩고물 주어먹느라 빈밭 콩톨 쪼아먹는 비둘기가 동무하자 하여도 그저 즐겁다.
세칭 평론가들도 그 판에 끼리끼리 모여 시시덕거리기나 하지, 
우국충정 천하 대사를 염려하지 않는다.

그뿐인가, 
R&D 예산 깎은 위정자들이,
외국 순방 비용은 증액시키며 외유를 한껏 즐길 궁리나 틀고 있다.
R&D 예산이란 마치 농부에게 씨종자와 같은 것임이라,
아무리 흉년이 들어도 종자만큼은 축내지 않고,
베갯속에 감추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긴 겨울을 울음으로 지새우며 명년 봄을 기다리는 법이다.

정상모리배들 다 쓸어내고 새 판을 짜야 한다.
아무렴.

「昔者齊景公問於晏子曰:『吾欲觀於轉附、朝儛,遵海而南,放于琅邪。吾何脩而可以比於先王觀也?』晏子對曰:『善哉問也!天子適諸侯曰巡狩,巡狩者巡所守也;諸侯朝於天子曰述職,述職者述所職也。無非事者。春省耕而補不足,秋省斂而助不給。夏諺曰:「吾王不遊,吾何以休?吾王不豫,吾何以助?一遊一豫,為諸侯度。」今也不然:師行而糧食,飢者弗食,勞者弗息。睊睊胥讒,民乃作慝。方命虐民,飲食若流。流連荒亡,為諸侯憂。從流下而忘反謂之流,從流上而忘反謂之連,從獸無厭謂之荒,樂酒無厭謂之亡。先王無流連之樂,荒亡之行。惟君所行也。』景公說,大戒於國,出舍於郊。於是始興發補不足。召大師曰:『為我作君臣相說之樂!』蓋徵招角招是也。其詩曰:『畜君何尤?』畜君者,好君也。」
(梁惠王下)

‘.....
선왕의 교훈을 버리고 백성을 학대하며,
음식을 물같이 낭비합니다. 
유연황망(流連荒亡)하여 제후들의 걱정거리로 되었습니다.

물 따라 뱃놀이하며 흘러 내려가 돌아올 줄 모르는 것을 流라 하며, 
산 높음을 따라 산놀이 하며 연속하여 올라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 것을 連이라 하며,
짐승 사냥에 빠져 싫증을 내지 않는 것을 荒이라 하며, 
술을 즐기며 싫증을 모르는 것을 亡이라 합니다.
.....’

항차 지금은 만승의 군왕도 아니고,
5년짜리 종놈들에 불과한데,
유연황망(流連荒亡)에 가는 해가 짧다 세금으로 흥청망청이다.

데즈먼드 슘이 감히 범중엄(范仲淹)을 끌어다 놓으며 자신을 변명하고 있으되,
내가 보기엔 어림반푼어치도 아니 되는 삿된 말이다.

범중언은 정치권의 부패에 대하여 바른 소리를 하다가 실각하였다.
이를 안타까이 여긴 매요신(梅堯臣)은 영오부(靈烏賦)를 지어 그를 넌지시 말렸다.
게에 이르되, 그의 직언을 두고 까마귀의 상서롭지 못한 소리로 여겨지는 것을 지적하며,
앞으로는 봉황의 울음소리를 배우고, 까마귀처럼 나쁜 소리를 전하며 질책받지 말라 풍자하였다.

이에 범중언은 똑같은 제목의 영오부(靈烏賦)를 지어 화답하였다.
여기 그 유명한 말씀이 담겨있다.
寧鳴而死,不默而生이다.
즉 입을 다물며 사느니, 차라리 마음껏 바른 소리를 하다 죽겠노라.

그의 의기에 감복한,
왕안석(王安石)은 범중언을 두고 일세지사(一世之師)라 부르며 칭송하였다.

(출처 : 圖片來自網絡)

한껏 사치를 즐기다 영락(零落)하자 고작 글 하나 내놓고는,
범중언의 의기를 끌어드려 자신의 앞을 가리는 데즈먼드 슘과 어찌 같다 하겠음인가?
비열하구나.

그저 곱다시 책이나 지어내 놓고 인세나 받아 처먹을 일이다.

(글 말미에 이들 양인의 영오부(靈烏賦)를 실어두고자 한다.)

아아,
삼국지에 나오는 후한의 조조를 향한 직언 독설가 공융(孔融)이라든가,
후한말 한국 불교를 일제의 불교와 합하여 말살하려는
미나미 총독을 향해 사자후를 내갈긴 만공(滿空) 등
바른 소리를 참지 못하는 위인들은,
어떠한 권력이나 위험 앞에서도 그 곧은 성정을 버리지 못하는 법이다.

의기로운 인물은 어느 골짜기에 숨어 계시옵기에,
이 땅엔 그저 입 털어 호의호식을 구하는 정상모리배들만 창궐하고 있는가?
참으로 범중언, 공융, 만공과 같은 인물이 기다려지는 시국 형편이다.

靈烏賦
梅堯臣 〔宋代〕

烏之謂靈者何?噫,豈獨是烏也。夫人之靈,大者賢,小者智。獸之靈, 大者麟,小者駒。蟲之靈,大者龍,小者龜。鳥之靈,大者鳳,小者烏。賢不時而用智給給兮,為世所趍;麟不時而出駒流汗兮,擾擾於修途。龍不時而 見龜七十二鑚兮,寧自保其堅軀。鳳不時而鳴烏鵶鵶兮,招唾罵於邑閭。烏兮,事將兆而獻忠,人反謂爾多凶。凶不本於爾,爾又安能凶。凶人自凶,爾告之凶,是以為凶。爾之不告兮,凶豈能吉?告而先知兮,謂凶從爾出。胡不若鳳之時鳴,人不怪兮不驚。龜自神而刳殼,駒負駿而死行,智騖能而日役,體劬劬 兮喪精。烏兮爾靈,吾今語汝,庶或汝聽:結爾舌兮鈐爾喙,爾飲喙兮爾自遂。同翱翔兮八九子,勿噪啼兮勿睥睨,往來城頭無爾累。

靈烏賦
宋代:范仲淹

梅君聖俞作是賦,曾不我鄙,而寄以為好。因勉而和之,庶幾感物之意同歸而殊塗矣。“靈烏靈烏,爾之為禽兮,何不高翔而遠翥?何為號呼於人兮,告吉凶而逢怒?方將折爾翅而烹爾軀,徒悔焉而亡路。”

彼啞啞兮如訴,請臆對而心諭:“我有生兮,累陰陽之含育;我有質兮,處天地之覆露。長慈母之危巢,托主人之佳樹。斤不我伐,彈不我仆。母之鞠兮孔艱,主之仁兮則安。度春風兮,既成我以羽翰;眷庭柯兮,欲去君而盤桓。思報之意,厥聲或異。警於未形,恐於未熾。知我者謂吉之先,不知我者謂凶之類。故告之則反災於身,不告之者則稔禍於人。主恩或忘,我懷靡臧。雖死而告,為凶之防。亦由桑妖於庭,懼而修德,俾王之興;雉怪於鼎,懼而修德,俾王之盛。天聽甚遜,人言曷病。彼希聲之鳳皇,亦見譏於楚狂;彼不世之麒麟,亦見傷於魯人。鳳豈以譏而不靈,麟豈以傷而不仁?故割而可卷,孰為神兵;焚而可變,孰為英瓊。寧鳴而死,不默而生。胡不學太倉之鼠兮,何必仁為,豐食而肥。倉苟竭兮,吾將安歸?又不學荒城之狐兮,何必義為,深穴而威。城苟圮兮,吾將疇依?寧驥子之困於馳騖兮,駑駘泰於芻養。寧鵷鵮之飢於雲霄兮,鴟鳶飫乎草莽。君不見仲尼之雲兮,予欲無言。累累四方,曾不得而已焉。又不見孟軻之志兮,養其浩然。皇皇三月,曾何敢以休焉。此小者優優,而大者乾乾。我烏也勤於母兮自天,愛於主兮自天;人有言兮是然,人無言兮是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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