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digital creator 유감

소요유 : 2025. 9. 25. 11:24


어느 정치평론가가 하나 있다.
요즘 나라 내외간 엄청난 이슈가 터지고,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러함인데, 명색이 평론가라고 자임하는 이에게서 평론 하나 나오지 않고,
그저 신변잡기에 불과 이야기만 간간히 올려지고 있다.
그래 한 생각 떠올랐다.
그 단편을 여기 남겨둔다.

溫故而知新,可以為師矣。

논어에 나오는 말이야.
온고지신이란 말은 모두 알지 않아?

“옛것을 익히고 거기에서 새로운 것을 알면, 스승이 될 수 있다.”

천고의 진리라 하겠어.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핵심 동력을 혁신(innovation)이라 하였어.
이는 단순한 발명이나 기술 진전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틀을 근원적으로 바꾸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과정으로 보았어.

혁신은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오는 게 절대 아니거든.
거긴 깊이가 전제되어야 해.
여기 적합한 말이 바로 온고지신이지.
혁신 아래엔 과거에 대한 깊은 지식의 축적과 발효 과정이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하지.
이를 온축(蘊蓄)이라 해.
축적되고 거기 오랜 동안 숙성 과정을 갖춘 후에 도달하는 폭발력 이것을 창조적 파괴라 하는 것이지.
마치 술과 같아.
곡물이 누룩으로 발효되어야 술이 되지.
자칫 곡물이 마땅치 않으면 발효는커녕 썩어버리기 일쑤지.
그러니까 질료(지식, 정보)와 더불어, 이를 숙성시키는 두뇌의 술독이 채비되어 하는 것이지.
즉 지식 축적만으로 부족하고, 온고지신의 溫처럼 따뜻하니 숙성시키는 과정이 필수인 게야.
그리고나서야 혁신이 나오는 게지.
무에서 새로운 것이 탁하니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지.

아니 설혹 무에서 나온다한들,
거긴 溫故라 잠재태의 과거, 내력의 유발 경로를 따라 현실태가 되어 나타날 뿐이지.
陰陽不測之謂神이라 했어.
무로 보이지만, 기실 가측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것을 神이라 부르고 있는 게 아니겠어?
이 神의 경지는 有로 보이지 않지만(無),
사실은 음양이 서로로 전환되는 
가장 역동적인 '변용'이 일어나는 장(場, field)이지.
이에 대하여는 아래에서 후술할 예정이다.

요즘 보면 이 이치를 모르면서,
그저 입만 열면 개나 소나 자신을 creator라 외치고 있어.
거기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digital creator라 장식을 하지.
digital이 도대체 무엇인지도 바로 알지도 못하면서,
폼나라고 앞에다 가져다 치장하기 바쁘지.

digital은 기실 analog의 근사식에 불과한 게야.
(analog는 전체를 포섭하여 하나도 놓치지 않지, 
다만 현실세계에서 그 감수, 수용체의 능력 한계로 추세(麤細)가 다를 뿐이지.
결과적으로 엄청난 기술 진전이 있는 digital보다 현실적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하지만 이는 상대뿐이 아니라, 인간 인식능의 한계에게도 책임이 있어.
이에 대한 논의는 별도의 주제로 다뤄야 하는즉, 여기선 이 정도로 그쳐야겠어.)
다만 이게 기술적으로 다루기 편한 형식이기에 발전했을 뿐이지.
그리고 기술적 진전에 일정분 성과가 있었지.
최상의 경지에 오른 도인이 있다면, 그는 결코 digital이 아니라 기실 analog적 인간형일 것이야.

주역 역시 digital 이진 형식(Binary System)의 사고 체계이지.
물론 이는 형식 체계일 뿐, 깊이 들어가면 변역(變易)이라,
음양 사이에 불확정적상태가 존재하고 이를 기초로 심오한 전개, 통찰이 일어나지.
이 세 번째 요소는 0과 1 사이에서 그들이 서로로 변할 수 있게 하는 장(場, Field)이자 동력(動力)이 되고,
이 세 가지가 함께 있어야 비로소 만물의 생성과 소멸, 변화가 설명되는 게야.
하니까, 주역은 단순한 이진법이 아니라,
효의 음양이 수시로 바뀌고, 변하는 역동적인 場이 펼쳐지지.
為道也屢遷,變動不居,周流六虛,上下无常,剛柔相易
계사하전의 이 말은 바로 이런 모습을 드라미틱하게 그려주고 있지.

하니까 괘의 효라는 게,
그 位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쉼없이 교류하고, 천류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껴야 하지.
실제 변역은 착괘(錯卦), 종괘(綜卦), 호괘(互卦), 변괘(變卦)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효를 바꾸며 무상한 field를 창출하지.
為道也屢遷,變動不居,周流六虛,上下无常,剛柔相易
이 말은 바로 이런 역동적인 field의 실상을,
전률을 느낄 정도로 잘 드러내고 있다 하겠어.

참고로, 여기 field는 내가 물리학 용어를 빌려온 것이거든.
하지만, 이게 주역의 변역으로 창출되는 세계와 놀랍도록 비슷하지.
전자는 보이지 않는 물리량이 창출하는 잠재력 또는 영향력의 망(網) 이라 한다면,
후자는 보이지 않는 기운의 상호작용과 변화의 법칙이라 하겠어.

둘 다 가시적 현상 뒤에 작용하는 비가시적 구조를 상정하고,
보이지 않는 상태(場/卦)가 조건에 따라 가시적인 결과(力/事)로 표출되지.
다만 전자는 정량적으로 사물의 전개 과정을 측량, 예측하지만,
후자는 정성적으로 길흉화복의 경로를 탐색한다는 차이가 있어.
그러면서 이게 고정된 것이 아니라, 동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니,
이 양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우주와 세계를 조망하지만,
그 내적 인식 체계는 놀랍도록 유사하지.

후대엔 이 주역을 두고 여러가지 발전적 양태, 이론이 생겨나기도 해.
가령 풍우란, 정역을 쓴 한국의 김일부 이론이 유명해.
그렇지 않겠어? 학문이라는 게 처음엔 단순하게 출발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더 정교하고 복잡해지지.
무슨 말을 하려 하느냐 하면 2진법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야.
이것 절대 가치가 아니거든.

나아가 삼진체계를 갖춘 이론은 이미 기원전 동한 시대에 정리된 혁신 이론으로 등장해.
이게 양웅(揚雄, 楊子雲)이 지은 태현경(太玄經)이야.
가령, 𝌛 이런 형상이거든.
이것은 천지인 완전 3진법(Trinary system) 체계지.
하지만, 이것은 주역의 핵심인 변역(變易)이 아니라,
玄이란 개념이 등장해.
나는 이게 주역의 변역보다는 너무 작위적이고, 체계를 흔드는 요소로 보아.
급격히 흥을 잃고 말았어.

우리나라에도 고래의 삼진 체계가 이미 있었어.
그 대표적인 게 삼태극이거든.
하지만 철학 체계를 발전시키거나, 기술적 적응 현실에 있어서는,
2진법이 더 간단하고, 변화에 외려 더 잘 대응할 수 있거든.
2진법은 배증하며 체계를 고도화 시키지만,
3진법은 3곱으로 증식하기에 이것 기술적으로 대응하는 게 결코 녹록치 않지.

그러하기에 나는 주역의 변종이 수없이 나왔지만,
아직도 이를 뛰어넘는 이론 체계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지.
기술계에서도 digital은 역시나 2진 체계로 발전하고 있지.
실제 구현 기술 현장에선 3진법만 되어도,
엄청나게 복잡해 설계, 구성에 있어 매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되지.

하지만 이는 역시나 기술적 적응력의 문제지,
이게 사물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할 근거는 없어.
그래 나는 앞서 진정한 도인이 있다면,
digiatal이 아니라 analog형일 것이라 말했던 게야.
digiatal은 징검다리 식으로 중간을 건너 뛰며,
사물을 약식화, 근사화(approximation), 추상화(coded)하지.
그러니 놓치는 손실이 필연적으로 발생해.

물론 양자역학의 양자처럼, 우주의 본질이 양자화되어 있다 하지만,
digiatal은 본질적 접근이 아니라, 기술적, 실용적으로 사물을 양자화할 뿐이니,
둘 사이를 단순 비교할 수 없어.

이야기가 길어졌어.
뻑하면 creator, digital creator이라고 외치기에,
그 말의 허실에 대하여 짚어보느라 그리 되었네.

ps)
요즘 눈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어,
오타가 적지 아니 나오고 있은즉 양해 바란다.
지금 키보드도 정확이 보고 치는 게 아니라,
감각으로 치고 있는 형편이다.

마음은 더욱 적적(寂寂), 정신은 더욱 성성(惺惺)한데,
몸의 기능은 점점 나빠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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