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슬픈 대지

소요유 : 2010. 3. 4. 08:54


내가 무엇인가를 찾고자 검색에 열중할 때,
우연히 다음의 글 줄기에 닿았다.

팔복(八福)
          윤동주

   -마태복음 5장 3-12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

웹의 세계에 천하인은 모두,
link-anchor로 소결(疎結)되어 있다.
아니 긴결(緊結)되어 있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나만 하여도 눈뜨자 웹의 결점(結點,結節,波節,node) 하나를 차지하고 앉지 않는가 말이다.
마치 새벽 거미줄에 앉힌 이슬방울처럼 말이다.
이게 소결인가 긴결인가?
이리 나눠 규정지울 수 있는가?
실상은 새벽엔 긴결, 해가 떠오르는 대낮에 소결을 넘어 무화(無化)되고 마는닷 싶다.
하지만 그게 내일 새벽을 예비하는 것이라면 이게 과연 무화라 이를 수 있는가?

너나들이 거미줄이 교차하는 망점(網點)에 앉아 정보를 탐식하는 현대인들이라니,
나 역시 그 가운데 하나임을 벗어날 수 없겠지만,
이 얼마나 기가 찬 우여곡절인가?
망점에 갇힌 삶이라니, 이 얼마나 곡절이 깊은가 말이다.
거미줄에 채인 나비처럼.

내가 농업정보를 알아보려고 link를 찾아 들자,
부지불식간 anchor를 내린 한 농업인 사이트에 이르르고 말았다.

쫓아 따라 읽다,
어느덧 그 분의 다른 글 하나를 읽게 되었다.
그러다 윤동주 시를 만났다.
거기엔 그 분 나름대로의 감상이 적혀 있다.
그 분은 명색이 재주 많은 글쟁이인즉 내용인즉 그럴싸하지만,
왠지 시와 글 주인이 따로 노는 인상을 받았다.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지만,
이 분을 나는 안다.
나는 이 분의 글을 나름 진지하게 대하고 즐겨 읽고 있지만,
그는 나를 알지 못하니 그나 나를 제대로 알 까닭은 없다.
다만, 우연한 기회로 이메일을 몇 번 서로 주고받은 적이 있을 뿐,
그리 깊은 인연을 만들어낼 틈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로부터 내게 이메일 한통이 뜬금없이 날아왔다.
책 한 권을 선물하겠단다.
책 제목을 보자하니 내가 평소에 일기를 원하던 것인즉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고맙다며 보내 주실 것을 청했다.

그러자 그로부터 답장이 왔는데,
책을 그냥 주는 것이 아니고, 그가 주관하는 책돌려 읽기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순번을 받아 얻어가라는 것이었다.
아, 이게 무슨 노릇인가?
먼젓번에는 나를 우정 생각하여 책을 선사하는가 싶었는데,
이제 보니 책돌려보기 프로그램에 끼어들 사람으로 내가 선정된 것이 아닌가?
나는 적이 의아스럽고 불쾌했다.

내가 책을 원한 것도 아닌데,
처음엔 자진하여 그냥 주겠다더니만,
나중엔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돌려 읽기 회원의 일원이 되라는 것이 아닌가?

이게 생판 모르는 영업사원으로부터 청을 받았다면,
스팸메일 대하듯 그냥 무시하면 그 뿐이지만,
이 분과는 잠깐 새에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사이였는데,
이리 무례할 수 있음인가?
솔직히 놀랍고 무서웠다.
세상이 말이다.
평소에 진국이라며 눈여겨 보아두었는데,
이런 낭패라니 참으로 실망이 컸다.

그러하기에 나는 말, 글, 얼굴에 의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 참고 글 : ☞ 2008/02/27 - [소요유/묵은 글] - 링컨의 얼굴)

그럼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역설적이게도 말, 글, 얼굴을 여읠 수 없다.
결국은 도리 없이 여기 의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마음이라고?
독심술이라도 하려는가?

그 첫 출발로,
남의 글, 말, 얼굴이 아니라,
내 글, 말, 얼굴로 시작하여야 하겠는데,
과연 내 마음은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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