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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농사 : 2017.06.03 10:30


근래 가뭄이 심하다.

본디 오풍십우(五風十雨)라,

오일 지나면 바람이 불고, 십일이면 비가 한번 정도는 내린다 하였다.

물론 오풍십우의 원래 출전인 논형(論衡)에선,

이런 뜻으로 쓰이진 않았다.

이에 대하여는 내가 예전에 글을 한 번 쓴 적이 있다.

(※ 참고 글 : ☞ 오풍십우(五風十雨))

오늘은 좀 더 근원적인 문제를 탐구해보고자 한다.

옛 사람들은 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였을까?

한번 점검을 해보고자 한다.


故清陽為天,濁陰為地;地氣上為雲,天氣下為雨;雨出地氣,雲出天氣。

(黃帝內經)


“고로 맑은 양기는 하늘이 되고,

탁한 음기는 땅이 된다.

땅의 기운은 위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하늘의 기운은 아래로 내려와 비가 된다.

비는 땅의 기운에서 나오고,

구름은 하늘의 기운에서 나온다.”

 

황제내경에 따르면,

천지는 음양의 기운인 청탁에 따라 나눠 생성되며,

천지 기운의 순환에 따라 구름과 비가 형성된다고 하였다.


헌데,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영추(靈樞)에선,

人與天地相參, 人與天地相應을 말하고 있다.

즉 사람이 천지와 더불어 서로 간여하고, 서로 상응한다 하였다.


그러니까 천지자연이 별도로 저들만의 생성, 순환 원리를 갖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연계되어 함께 생성, 변화한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人與天地에서, 人을 여타의 다른 동식물에 대(對)하여,

독단의 특별한 존재로 볼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흔히 천지자연을 대우주, 사람을 소우주라 이를 때,

소우주는 사람에게만 당하고, 개, 돼지는 아니 그렇다며,

사람만이 차별적 우위성을 갖는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人與天地에서,

天地自然 속엔 이미 人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함에도 人與天地 즉 人+天地로 굳이 나눠 분별하고 있는 것은,

천지에서 외떨어진 자존적 존재를 이미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人은 天地와 더불어 간여하고, 상응하며 협조하는 관계 이전에,

대립하거나, 천지를 객관화하는 위치, 즉 인간 주관의 자리에 서있는 것이다.


이 순간 人은 天地에서 떨어져 나오며,

천지를 대물화(對物化)하게 된다.

에덴에서 추방됨과 동시에 다시 돌아갈 것을 꿈꾸듯,

人은 天地를 대상(對象)으로 인식하는 한편,

환고향(還故鄕)을 꿈꾸며,

전후를 오가며,

갈등을 때리게 된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너무도 멀리 와버렸다.

과연 돌아갈 고향이나 남아 있는가?

외려 天地의 오장육부까지 파내어 제 욕심에 부역시킬 궁리에 혈안이 되어 있기까지 한다.

엊그제 있었던, 그 반짝이던 멀쩡한 강을 능멸한 4대강 사업을 보라.

천기와 지기까지 사람의 사적 욕망에 부역시키고 있으니,

어찌 천기가 불순(不順)하며, 지기가 불온(不稳)하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이러한 시대인데,

과연 인자(仁者)는 상기도 남아 있겠음인가?


비가 오지 않는 산하를 보며,

문득 인자를 떠올려보는 것이다.


仁者如射,射者正己而後發。發而不中,不怨勝己者,反求諸己而已矣。

(孟子)


“인이란 활을 쏘는 것과 같다.

활을 쏠 때는 자세를 바르게 한 후, 쏜다.

쏘았으나 맞지 않으면, 자기를 이긴 자를 원망할 것이 아니라,

과녁에 맞지 않는 까닭을 도리어 자신에게서 찾는다.”


일개 농부인 나는 인을 밖에서 구할 것이 아니라,

제 밭에서 인을 행할 일이다.


그 처음이자 마지막은,

애오라지 밭을 깨끗이 하는 일이며,

풀과 함께 하는 일일 것이다.


이리하고서도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이 또한 하늘의 뜻일 뿐인 것을.

농부의 명운(命運)이 그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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