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그러운 촌놈들
징그러운 촌놈들
어제 농장 안에 있는데, 정문 앞께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급히 나아가니, 정문 앞 풀들을 인부 두 사람이 예초기로 연신 베고 있다.
내가 나가, 저들을 제지하며 물었다.
‘어디서 나왔는가?’
‘읍에서 나왔다.’
‘남의 농장 풀을 사전에 고지도 없이 왜 임의로 베는가?’
‘지시를 받고 한다.’
‘읍 관계자에 일러, 내게 연락하라고 전하라.’
조금 있다가 읍에서 직원 하나가 찾아왔다.
이 자 말로는 읍장도 뒤미처 올 예정이란다.
그런가?
그럼 기다려 읍장이 오면 말을 나누자.
읍장도 농장에 도착하였다.
이야기를 풀어내놓기 전에,
현장 주변 상황 조건을 먼저 일러두고자 한다.
(※ 묵은 사진이다.
도로 우측에 군부대의 무단 점유지를 회수하며, 새로 복토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좌측이 본농장 입구이다.
가운데 도로도 역시 우리 농장 소속 사유지다.)
농장 입구 도로 중심으로 좌우 토지 모두 우리 사유지다.
관통하는 도로조차 농장 것이다.
게다가 농장 둑을 돌아가며 형성된 도로도 80% 이상 농장 것이다.
나는 풀을 여느 농부처럼 적대시 하지 않는다.
우리 농장은 지금 풀 속에 잠겨 있다.
평화롭게.
나는 외려 풀을 키운다고 하는 것이 옳다고 하여야 하리라.
헌즉 풀이 키를 넘겨 자라고 있어, 도로께로 늘어진 경우도 있다.
그렇다 하여 지금 도로를 오가는 차량이 통행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다만 혹 마주 오는 두 차량이 교차할 시, 농장 쪽으로 바짝 붙어 지나노라면,
늘어진 풀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허나, 도로 전 구간이 그런 것도 아니요, 일부 그런 곳이 있을 뿐이다.
풀과는 상관없이, 아무리 풀이 우거져있는 곳이라 한들,
차량 하나가 통과할 만한 충분한 공간은 열려 있다.
읍장에게 내가 말하였다.
‘남의 농장 풀을 왜 허락도 구하지 않고 베는가?’
‘도로를 오가는 차량이 풀을 베어달라고 하였다.’
‘저 도로가 사유지인 것을 아는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예초를 하려한들, 내게 사전 동의도 구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민원이 들어왔다 한들, 저들에게 이게 사유지임을 들어,
함부로 처리할 형편이 아니란 것을 먼저 일러둘 일이 아니겠는가?’
읍장이 흥분하여 말한다.
공익을 위하여 사익을 제한 할 수 있다.
이것 상식이 아닌가?
내가 물었다.
그렇다면, 의률징판(擬律懲判)할 법규라도 있다면 그를 내게 일러라.
게다가 사익 제한 여부를 판단하고, 집행할 권한이 그대에게 있는가?
자본주의 사회는,
사유재산권을 인정한다.
이것이 그 사회의 물적 믿음의 토대를 이룬다.
이것 불행한 일이다. 슬픈 노릇이다.
이리 생각하는 이도 있다.
나도 그리 생각할 때가 적지 않다.
오늘 이를 잠시 지긋이 눌러두고,
먼저 법적 이해를 앞에 두고, 접근하며 이야기를 풀고자 한다.
민법(civil law)은 재산권의 대세(對世) 절대권을 보장하고 있다.
소유권 절대의 원칙, 사적 자치의 원칙, 자기 책임의 원칙(과실책임주의)
이것 민법의 3대 원칙이다.
읍장 정도라면, 최소 이 정도는 배우지 않았을까?
행정법, 민법을 거치지 않은 공무원도 있겠음인가?
물론 근대에 들어와 공익을 위해 제한하여야 한다는 정신이 법 체계 안에 들어와 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이게 기본적인 원칙이다.
하기에 그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설혹 공익을 위하여 제한을 한다한들,
의율(依律), 의법(依法)하여 여법(如法)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게 법치주의의 기본 정신이요, 행법(行法)의 기본 원칙이다.
읍장이 이야기한 상식을 빌어,
남의 사유 재산권을 자의로 규율할 일이 아니란 말이다.
게다가 지금 도로로 인해 사유재산권 행사가 일방적으로 침해받고 있으며,
아무런 보상을 받고 있지도 않다.
만약, 내가 이것을 두고 상식적이지 않다.
이리 주장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이럴 경우 말은 한가지로 '상식'이라 하지만,
너와 내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 된다.
원하든, 아니든,
우리는 법을 돌아보며,
사회 구성원 간의 이해 상충을 분석, 판단, 규율할 수 있다면,
이를 다행이라 여겨야 하지 않겠음인가 말이다.
그러니, 주관적 상식 따위에 기댈 일이 아니라,
마땅히 의지할 법, 규율에 비추어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할 일이 아니다.
게다가 행정 일선에 있는 읍장이라면,
더욱 더 이런 객관적 태도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겠는가?
읍장은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더는 이야기 할 수 없다며, 물러나고 만다.
차로 돌아가면 씩씩거릴 저 위인의 이그러진 모습이 그려지고도 남음이 있다.
남겨진 읍 직원 하나.
이 자는 사태의 내막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 자리를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멍하니 지켜만 보고 있었다.
사실은 이렇다.
읍장이 오기에 앞서,
작업 인부들에게 내가 일러두었다.
앞으로 풀을 베더라도 사전에 내게 알리고 할 일이지,
임의로 제멋대로 하지 말라.
무작정 풀을 베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왕에 온 것인즉, 허락하노니,
심히 늘어진 풀이걸랑, 적절히 정리하도록 하라.
내 이리 이미 허락을 해둔 상태이다.
이 사항은 읍장보다 먼저 도착한 직원은,
인부들과 접촉하여 전해 듣고 이를 인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읍장이 뒤늦게 와서는,
상식에 입각하여 얼마든지 풀을 벨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함이니, 이 말을 듣고는,
사유권자가 제 권한에 대하여 어찌 말하지 않을 수 있겠음인가?
말단 행정 담임자의 사유권 침해에 대하여,
마땅히 사유권자의 권익 확보를 위해, 항변하고,
방해 예방, 제거를 구할 수 있음이 아니더냐?
내겐 이런 엉터리 짓거리는 통하지 않는다.
무지렁이 촌부라 한들,
그리고 제 땅이 아니라한들,
악착같이 지키려 대드는 이곳 형편이다.
항차 제 땅을 두고,
저리 안하무인으로 나대는 인사를 내 어찌 다루지 못할쏜가?
읍장,
이 자가 육모방망이라도 든 아전 나부랭이라면,
아마도 불문곡직하고 나를 향해 휘두르지나 않았을까?
찰나간 문득 시공을 넘나들며,
무지막지한 관의 폭력을 생각하였다.
저이는 읍장 역할도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어림없는 수작이다.
내겐.
이 일을 바로 처리하려고 하였다면,
저 읍장은 저리 바르르 떨며 흥분할 일이 아니라,
나를 설득하고, 양해를 구하며, 협조를 구할 일이다.
게다가 그는 짧고 밭은 심사를 주민에게 부끄러이 보일 것이 아닌 것이,
내 이미 풀을 벨 것을 허락하지 않았음인가 말이다.
저 읍장은 좀 더 의젓하여야 했다.
나중이라도 부끄러운 짓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한편, 거꾸로,
지금, 공권력이 사유지를 침해하여, 무단히 도로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이야말로 상리를 벗어난 짓이 아닌가?
부하 직원 앞에서 자신의 영이 서지 않으니,
아마도 내심으로는 영 체면이 서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제 분을 다스리지 못하고 도망치듯 바로 돌아가고 말았던 것이리라.
남겨진 직원에게 내가 몇 마디 이른다.
이 문제는 이미 수년전에 담당 직원하고 이야기가 끝난 일이다.
풀을 베더라도 사전에 내게 이르고 접근할 것을 약속한 일이다.
그대는 어찌하여 똑같은 일을 가지고 일을 새롭게 만들고 있는가?
이리 다그치자, 그는 이 일을 맡은 지 오래되지 않았다 한다.
저들은 일을 역사적으로 관리하지 않는다.
직원이 바뀌면 또 다시 새로운 일인 양 문제를 거푸 일으킨다.
내가 늘 느끼는 일이지만,
도대체가 문서화(documentation, documentarization) 작업을 하지 않는다.
하니까, 묵은 일도 직원이 새롭게 오면 덩달아 새로운 일이 된다.
행정력이 이리 되풀이 되어 중복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여기 시골에 들어와, 군부대, 한전, 전화국, 공무원, 동네 촌놈들을 부단히도 만났다.
결코, 만나기를 원하는 바도 없으며, 일방적으로 다가와 도리없이 접하게 되었을 뿐이다.
나, 여기 시골에 들어와 유유자적하고 싶었거든.
헌데, 가만히 있는 사람을 저들은 쉬지 않고 자극하고, 피해를 준다.
지금은 부대가 떠나고 없어진 일이지만,
군부대 면회객들이 오가며 먹다 남은 치킨 박스째 농장 안으로 버리기도 하였으며,
한전은 남의 농장에 심겨진 나무 가지를 제멋대로 자르기도 하였고,
전임 읍장은 멀쩡한 사유지인 땅을 내놓으라 윽박질렀고,
촌놈들은 술 처먹고 횡패를 부리지를 않나,
별별 짓을 다 저지른다.
나, 저들 결코 만나고 싶지 않고,
상대하길 원치 않는다.
제발, 나를 그냥 내버려두기를 소망한다.
수년 전에도 읍장이란 인간이 농장에 찾아와,
땅 내놓으라 겁박하고 간 일이 있다.
이에 대하여는 별도의 다음 글을 얽어 남겨둔다.
나는,
여기 시골 촌놈들이 정말 징그럽게도 싫다.
늘 똑같은 일이 10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되풀이 된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이 할 일은 늘어나고, 세금은 거푸 축이 난다.
내 가만히 관찰하건데, 이것 제대로 바로 잡으면,
지금보다 사뭇 인력을 줄여도 너끈히 행정이 돌아가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내가 직원에게,
끝으로 날카로운 지적을 하고 놔주었다.
그대는 이미 내가 풀베기를 허락한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읍장이 상식 운운하고 길길이 날뛸 때도,
뒷짐 지고 모른 척 방임하고 있었다.
사정을 다 알고 있었으면서,
개입을 하지 않고, 읍장의 오판을 바른 길로 이끌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조직원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태도가 아니다.
이 사소한 일에, 읍 직원 둘이나 나섰고,
결코 성과도 없이 돌아가고 말 일을 저지르고 있는 저들이 정말 한심하다.
게다가 멀쩡한 나는 왜 저들로 인해,
귀한 시간을 축내야 하는 것인가?
나는 정말,
촌놈들이 싫다.
저 무지스러움, 억지, 몰염치, ....
도대체가 스마트한 인간은 여기 시골 땅엔 왜 없는가 말이다.
아니, 그리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다만,
그냥,
나를 내버려 둘 수는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