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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출가

소요유 : 2019. 12. 21. 22:36


이세돌과 출가

 

바둑 기사 이세돌이 은퇴를 했다.

별별 설이 난무하지만, 기실 그에 대한 설명은 간단하다.

기사회내지는 한국기원의 부당한 행태에 반기를 들은 것이다.

 

가령 개별 기사의 우승 상금에서,

기사회가 일정율 떼가는 데,

이세돌 입장에선, 기사회측으로부터 지원 받은 것도 별로 없는 데,

일방적으로 그리 당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본디 기사회나 한국기원은 기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진대,

나중엔 이게 변질되어 기사회나 한국기원을 위해 존재하는 위치로 전락하고 만다면,

기사들 입장에선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기사마다 처한 입지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원론적으로 생각하면, 

기사회 회비란 것이 저들이 정한 규칙에 따라,

기사에게 일방적으로 가해질 성질의 것인가 하는데,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둘은 갈라설 수밖에 없는 법.

이세돌은 이제 그 강을 건너 피안(彼岸)으로 떠나버린 것이다.

 

그래 내 말하지 않았던가?

千人千色

천 사람은 천 사람의 색깔이 있는 법.

각자는 자기의 목소리로 자기를 노래할 일이다.

(※ 참고 글 : ☞ 브렉시트와 부파불교)

 

저곳에 매어 제 소신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나비 베 찢듯 맺은 인연을 버리고 갈라서야 한다.

그가 새로운 기원을 만들어 새로 시작할 수도 있고,

아니면, 영영 떠나, 새로운 다른 길을 개척할 수도 있으리라.

그의 앞날에 축복이 있으라.

(※ 나비 베 : 참고 자료 utube)

개중엔 이리 말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양자가 잘 타협하여 좋게 해결되길 바란다.’

이것 하나마나한 얼치기 말이다.

이리 빤지르한 말을 하기 전에,

그럼, 과연 무엇이 옳은지 먼저 말을 하여야 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성의가 없는 이는 둘 중 하나를 택할 것이며,

조금 진지한 이라면, 양자의 안과 다른 제3의 안을 꺼내들 것이다.

하지만, 진지함의 기준이 무엇인가?

천 사람이 있으면 천 갈래로 생각이 다른 법.

어찌 찢어지지 않을 쏜가?

 

일본에 관서기원과 일본기원의 둘이 있다.

저들 역시 기사로부터 삥을 뜯듯 상금에서 떼어간다.

관서기원은 일본기원에 비해 사뭇 크게 덜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이 둘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런 기사들은 또 다른 제3의 기원을 만들 일이다.

나아가, 어느 단체에 속하지 않은 개별 기사의 활동도 보장되는,

그런 사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불교의 소위 근본분열을 일으키는 십사(十事)니 오사(五事)니 하는 문제도,

오늘날의 시선으로 보면, 그리 심각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뜻이 다르면, 갈라설 수밖에 없는 법.

아아, 그러함이니, 갈라서는 것을 두려워 하거나, 문제시 하지 말 일이다.

각자는 자신의 소신을 위해 하늘 높이 뿔피리를 크게 불어재낄 일이다.

 

여기 시골에 들어와 내가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는데,

블루베리뿐이 아니고, 각 과수 종별로 단체가 만들어져 있다.

가령, 블루베리 작목반, 사과 작목반, 고사리 작목반 .... 따위가 그것이다.

나는 애초부터 여기에 가입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따르는가 하니 그것은 이렇다.

 

농업기술센터 주관 블루베리 교육이 있다 할 때,

내게 연락이 오지 않고, 참여 자격이 차단된다.

게다가, 묘목 대, 과일 포장비, 배송비 .. 등 관으로부터의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지원을 받으려면 반드시 가입을 하여야 한다.

 

나는 오불관언.

저러한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공연히 이리저리 쓸려 다니면서,

시답지 않은 일에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

술추렴하며, 교제하려 작목반에 가입할 의사도 없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교육을 남에게 받고 싶지도 않다.

 

관은 왜 저런 단체에 가입을 하지 않은 이를 배척하는 것인가?

내가 가만히 관찰하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관이 일일이 개별 농가를 상대하지 않고,

작목반 상대로 하면 일이 한결 수월한 것이다.

아무려면 하나 상대하는 것이 편하지,

열, 백을 상대할 일이 있겠음인가?

(기실 오늘날 같이 통신이 발달한 세상에선,

조금만 주의를 기우리면, 개인, 단체 차이에 따른,

업무상의 부담 경중은 그리 차이가 크다 할 수 없다.)

 

개인을 홀대하고, 단체를 우대함에는,

이런 행정편의주의적 발상, 안일한 판단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관에서 농민을 위해 분명 예산이 책정될 것이다.

하지만, 이리 개인과 단체를 차별한다면,

분명 여기엔 개별 농민의 소외가 따르고 만다.

이것은 불공정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 나 같은 이도 농부임에 틀림없고,

작목반 가입을 원치 않는 이를,

애써 끌어 가입하라고 제3자가 유도할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하겠다.

 

싯달다(悉達多)도 처음 출가하여,

阿羅邏仙人, 郁陀羅仙人 등 당대 최고의 종교가를 배방(拜訪)하여,

선정 수행을 배웠다.

하지만, 이로써 도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여,

이들과 결별하고, 홀로 선정에 들어 깨달음을 얻는다.

 

(출처 : 網上圖片)

 

만일, 그가 만난 종교 교단을 떠나지 않았다면,

불교는 세상에 출현하지 않았을 터이다.

 

그런즉, 헤어지고, 갈라서는 일이 꼭이나, 그르다 할 수 없다.

 

싯달다는,

저들과 결별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얻고,

세상의 진리를 깨우친다.

하여, 이제 세상 사람들은 싯달다를

석가모니(釋迦牟尼) 즉 세칭 부타(佛陀)라 부르며,

그를 존경한다.

그러함이니,

부타가 되려는 이는,

과감히 앉은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는 것으로부터,

새로운 길을 모색하여야 한다.

 

나 역시 농부가 되자,

유기농 단체에 가입하여 열심히 저들의 가르침 요의(了義)를 더듬고 배웠다.

하지만, 이게 내가 갈 길이 아님을 깨닫고, 저들과 결별하고,

지금은 유기농을 넘고, 자연재배를 넘은 나만의 독립된 농법을 추구하고 있다.

유기농의 문제점에 대하여는 내가 수 차 연재물을 올린 적이 있다.

 

이세돌은 영웅이다.

그가 바둑을 잘 둬서뿐이 아니고,

부당하다고 느끼는 일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분연(忿然, 奮然)히 일어나,

제 갈 길을 걷는 모습에서 아연 그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그의 결단을 지지하며 응원한다.

 

대중화합(大衆和合)

어느 단체나 내부 구성원을 향해, 끊임없이 이를 요구하고, 가르치고, 단속한다.

하지만, 왜 화합을 하여야 하느냐?

이런 의문을 일으키는 집단 성원이 하나도 없다면,

그것은 죽은 집단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당한 제도,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건전한 화합을 위해서라도,

의당 문제 제기가 일어나야 한다.

 

그 허울 좋은 화합을 위한 화합이라면,

  (기실 이는 명목이고, 뒷전에서 기득권끼리, 

  잇속을 영구히 누리며, 자리를 보전하려 하는 술책인지 영웅이 아니라면 그 누가 알랴?)

누군가 일어나 과감히 문제를 제기하고, 

반기(反旗)를 들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집단이라야,

모름지기 오래 장구하니 조직의 명을 유지해 갈 수 있다.

 

그러한즉,

실로 싯달다, 이세돌은,

천하의 영웅이라 할 수 있음이다.

 

박빠니, 문빠니 하며,

조직, 진영 옹위하는데 올인하여,

제 혼을 저당 잡히고,

사리가 어떠하든 무작정 외부의 건전한 비판을,

매도하는 저 쭉정이 소인배들을,

하여 나는 염오(厭惡)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시시비비를 정확히 분별하는 지혜,

제 조직까지 들이받을 수 있는 용기.

이것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덕목이 아니다.

이세돌은 바둑도 잘 두지만,

이리 인격도 훌륭하다니,

장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장도(壯途)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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