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짐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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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新龙门客栈)
정인(情人) 사이인,
임청하가 분(扮)한 구모언(邱莫言), 양가휘가 분한 주회안(周淮安)이 용문객잔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구모언의 두 팔이 내려져 있었으나,
주를 보자 손을 뒤로 돌려 뒷짐 자세를 취한다.
주회안 역시 구를 보자, 뒷짐을 짚으며 손을 감춘다.
이게 무슨 일인가?
그리던 정인을 만났으면,
달려가,
팔을 벌려 와락 끌어안아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저들은 외려 뒷짐을 지고 마는 것이다.
사막에서 갈증에 시달릴 때,
샘물을 만났다 하자.
여느 사람 같았으면 바로 엎어져 허겁지겁 물을 들이켰을 것이로되,
저들은 싱긋 웃으며 외려 팔을 뒤로 돌린다.
요즘 계집사람들은 홀라당 다 벗고 대든다.
하지만, 우리네 옛 여인들은,
얼굴을 붉게 물들일 뿐.
숙인 고개 옆에 살쩍(鬢)만 슬쩍 비춘다.
세모시 흰 적삼 아래,
은은히 창호에 비춘 달빛처럼,
살결 그림자가 곱게 무늬져 흐른다.
아아,
이젠 굳이 그리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구하던 것을 얻었는데,
무엇이 더 급할 터인가?
마시지 않아도 이미 목마름은 가시고 말았음이다.
꿈에 그리던 정인을 만났는데,
무엇을 더 구하랴?
뒷짐을 지며,
이 행복한 공간으로부터 잔뜩 거리를 두고,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이미 꿈은 달디달고,
뱃 가죽은 낙낙하다.
짐짓 여유를 부려도 더는 탈이 나지 않는다.
구부득고(求不得苦)
구하여도 얻을 수 없는 고통.
이젠 더는 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애별리고(愛別離苦)
사랑하는 이와 떨어지는 고통을 경험했다.
사랑이 이뤄지면,
이별이 따르고 마는 것을 아는 것이다.
두렵다.
그러니,
만나고 있는 현장.
우리 이제 만난 것이 아니다.
와락 껴안는 순간 사랑은 실현되고 만다.
그러면 언제고 다시 헤어지고 마는 것이 인생 아니었던가?
일득일실(一得一失)
득이부실(得而復失)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
얻으면 언제고 다시 잃고 마는 것.
바로 이런 상황 해석 조건은 지난 글에서도 관통하는 코드였다.
(※ 참고 글 : ☞ 청풍자(聽風者))
차라리 만나지 않은 것으로 치자.
우린 이리 눈앞에서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은가?
만나지 않음으로써 사랑은 확인 되고,
이별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터이다.
정인이 목전에서 어른거리고 있을 뿐,
아직 손을 잡지는 않았어.
그러므로, 우리들의 사랑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어.
보아라, 우린 뒷짐을 짚고 있지 않든?
저들은 귀신에게 턱 짓을 하며, 이리 엷은 미소를 지을 뿐이다.
이 미소의 의미를 귀신은 아마도 아지 못할걸.
아니 알아도 모른 척 해주지 않을까?
‘차라리 내가 옥황상제에게 죄를 얻고 말지,
저들의 꽃잎 이슬 사랑을 차마 훼방 놓을 수는 없어.’
아마, 정한(情恨)을 아는 귀신이라면,
저들 뒷짐을 보고,
이리 눈물을 짓지나 않았을까?
하지만,
영화 후반,
끝내 하늘은 무정하여,
뒷짐 사랑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애별리고(愛別離苦)
이것은 인간에게 내려진 천형(天刑)인 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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