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보각시와 충전 예초기
곰보각시와 충전 예초기
엔진 예초기를 그 동안 줄곧 사용해왔다.
이것 힘이 좋지만 난점이 적지 않다.
우선은 크고 무겁다.
한여름 이것 등에 메고 풀밭을 휩쓸고 다니자면 여간 고생스런 게 아니다.
하지만 나중엔 무게를 잊고 넋 잃고 밤새도록 동산을 헤매는 실절한 처녀처럼,
거의 무아지경이 되어 이를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여름철 등짝, 가슴팍이 흠뻑 땀으로 젖지만,
그저 녹색 장원을 저 소오강호에 등장하는 보법인 능파미보(凌波微步)처럼,
강나루 건너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 그리 미끄러져 갈 뿐,
身與世俱忘이라, 내 몸과 세상일 모두 잊고 만다.
한편, 그보다 견디기 더 힘든 것은 엔진에서 나오는 매연이다.
4기통이든 2기통이든 불완전연소로 인해 적지 아니 고통을 겪는다.
어떤 때는 머리가 지끈지끈해지고 두통도 오곤 한다.
게다가 매연이 농장 안에 퍼지는 것도 그리 유쾌하지 않다.
그래 충전 예초기를 하나 장만했다.
40v 이하는 논외로 하고,
대략 40v, 60v, 80v, 120v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나는 애초 80v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종별간 본체 가격은 그다지 차이가 심하지 않지만,
배터리 가격은 상위 기종으로 변경 시 배증(倍增)하므로 유의하여야 한다.
헌데, 80v짜리 이게 무거워 40v로 돌아가고 싶다는 사용자가 있었다.
그래 망설이고 있다가, 우연히 동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다.
여기서 40v도 쓸만하다하는데, 이를 믿고 40v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물건을 받아보고 사용해보니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
나는 원형날 10인치짜리를 주로 사용하는데,
이것을 달고 사용하니 진동이 너무 심하고 힘도 약했다.
도리 없이 제공되는 이도(二刀)날을 사용하였으나,
애들 장난감 같아 영 흥이 나지 않았다.
그래 다시 저 동영상을 보니, 거기 등장하는 원형날은 7인치 정도로 작았다.
이것을 사서 사용해보니 진동은 잦아들었지만,
너무 예초 범위가 좁아져 답답하기 짝이 없다.
10인치의 경우 진동이 심했던 까닭을 나중에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헤드 부분 나사가 풀어져 있어,
헤드 자체가 작업봉 끝에서 진동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 나사를 조이고 나니, 진동은 잦아들었다.
조립공이 기면증(嗜眠症)이라도 있었단 말인가?
왜 나사를 조이다 말고 홀연 잠에 빠져들었는가 말이다.
하지만, 10인치를 사용할 경우,
작동은 하지만 기계에게 부담이 되는 양 보인다.
부하가 커서 사용시간도 7인치에 비해서는 사뭇 줄었다.
10인치 톱날은 300g 정도인데,
7인치 톱날은 그 반인 150g정도에 불과하니, 의당 그럴 수밖에 없다.
(※ 톱날 재질, 두께 등 기초 요소가 같다면,
무게는 반경(직경) 제곱에 비례한다.
10*10 : 300 = 7*7 : X
X = (300*7*7)/10000 = 147
10*10 : 300 = 8*8 : X
X = (300*8*8)/10000 = 192
10*10 : 300 = 9*9 : X
X = (300*9*9)/10000 = 243)
관성 모멘트(moment of inertia)는 기계의 부하(량)에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예초 날 무게가 커지면 사용시간도 줄어든다.
충전 예초기는 엔진 예초기에 비해 사뭇 힘이 약하고,
아직까지는 상용 배터리 용량下 사용 시간에 제한이 크므로,
예초 날을 선택하는데 해당 기기의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 참고 글 : ☞ 예초기 날)
나는 급한대로 우선 7인치 날을 구했지만,
차후 8인치, 9인치도 시험해볼 예정이다.
60v나 80v짜리를 구하였다면,
이런 데서 오는 염려가 한결 적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이 표를 보면 볼티지가 크다 하여 파워가 센 것도 아니다.
82v짜리의 1000w를 제하고는 모두 800w와 같지 않은가 말이다.
배터리란 현실 제약조건 下의 설계 한계 때문으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정리해 볼 수 있겠으나,
이 자리에서 더는 논의를 이어가지 않겠다.
(출처 : 網上圖片)
배터리를 추가 수배해놓고 예초 작업을 조금씩 시도해 나가는 중,
하나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나같이 성질이 급한 이에게, 엔진 예초기와 같은 힘이 나오지 않는,
충전 예초기란 초기에 제법 답답하더란 말이다.
게다가 예초 날도 작은 것을 다니까 예전엔 온 풀밭을 훨훨 날아 다녔는데,
저절로 색시처럼 사부작사부작 거리고 있자니,
이것 장부의 위엄이 전혀 서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이젠 손에 쥔 예초기 자루가 편해지고,
따라 숨도 차분히 골라지고 여유가 생기더라.
몇 가지 단처만 고치면 그냥저냥 쓸 만하겠단 생각이 드는 게 아닌가?
작동 스위치가 래칭(latching switch)이 되던가, 기계적 락 장치가 되어 있으면 좋으련만,
내가 구입한 그린웍스(greenworks) 것은 lever push 타입이다.
때문에 작업 내내 손가락으로 곽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손가락 피로가 적지 않다.
배터리도 등에 매어 버리면 작업봉이 한결 가벼울 텐데,
이게 작업봉 끝에 매달려 있어 휘두를 때 손이 이를 내내 부담하여야 한다.
이미 작정이 섰은즉,
예초기를 분해하여 스위치를 락 방식으로 개조하였다.
배터리를 배부식으로 바꾸는 것도 이미 부품을 수배해 두었기에,
부품이 확보되면 바꿔볼 요량이다.
이들 개조 방법에 대하여는 언제 별도로 기술해 볼 요량이다.
그것은 그렇고, 다시 돌아와 선다.
며칠 간 밭에 나가 예초기를 다뤘다.
차차 마음도 따라 차분해지고,
손이 익어가니, 그런대로 해 볼만 하더라.
하기사 엔진식처럼 마구 내지른다한들,
본시 예초기 힘이 딸리는 즉 나를 쫓아올 수도 없다.
내가 맞춰갈 수밖에.
충전 예초기가 힘이 약하고, 배터리 사용 시간이 짧은 단처가 있지만,
곰보각시라도 마음을 맞추고 나면 이것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더란 말이다.
외려 마음이 엔진식일 때처럼 성난 짐승처럼 길길이 날뛰지 않고,
소고(小鼓) 장단처럼 잔잔해지니 한결 여유가 생겼음이니,
풀 상태를 더 상세히 관찰하며 다룰 수 있게 되었음이다.
본디 물체는 다 제 고유 진동수(natural frequency)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두 물체 간 이 진동수가 맞지 않으면,
아무리 옆에서 웽웽 거리며 짝을 맞추자 하여도,
함께 울어 예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이란 외물(外物)에 합하면,
어떠한 유정물, 무정물이든 함께 떨어줄 수 있다.
이를 감동(感於物而動)이라 한다.
하니까, 고유진동수가 하나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수시수처(隨時隨處) 응변(應變)하여 접물(接物)할 수 있다.
내 가슴 북은 배짱만 맞으면,
개, 고양이, 돌, 소나무, 한련화, 예초기 ...그 무엇과도 함께 느끼고, 울고, 웃을 수 있단 말이다.
이리 dynamic, active하게 능변(能變)하니,
오고 감에 걸림이 없다.
악기(樂記)엔 이런 사정을 이미 잘 밝혀두고 있다.
樂者。音之所由生也。其本在人心之感於物也。
‘악이란 소리에서 생겨난 것이라,
그 근본은 사물에 느껴 일어난 사람의 마음에 있느니.’
아아, 그러함이니,
곰보를 탓할 일이 아니라,
제 집으로 들여 맞은 각시를 귀히 여길 일이 아니랴?
(※ 참고 글 : ☞ 곰보각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