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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五指)

소요유 : 2022. 12. 26. 21:18


오지(五指)

다섯 손가락을 이르는 바가 각기 다르다.

拇指(大指, 大拇指, 巨指, 擘指, 胟, 孹, thumb), 
食指(示指, 人指, 鹽指, 頭指, 검지, index finger, forefinger), 
中指(長指, 將指, middle finger), 
無名指(藥指, 環指, Ring finger), 
小指(小拇指, 尾指, 季指, 手小指, 小拇, pinky finger, little finger)
  (※ 일어가 약간 포함되어 있다. 자세한 것은 아래 본문을 참고할 것.)

무지는 관절이 둘이지만, 다른 손가락은 셋이다.
그런데, 무지는 다른 손가락과 쉽게 서로 맞닿게 구부릴 수가 있으나,
다른 손가락끼리는 서로 마주치기 어렵게 되어 있다.
때문에 엄지손가락만은 다른 손가락과 협조하여,
섬세한 작업을 행할 수 있다.
이것은 인류에게만 발견되는 놀라운 특이점이다.

가령 오랑우탕은 인류와 비슷한 동물이지만,
엄지가 유난히 낮은 위치에 있어,
인류와 같은 원활한 작업을 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젓가락질을 할 때 보면, 엄지, 검지, 중지가 협동하여,
젓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한국인은 어려서부터 젓가락질을 통해,
이 손가락 간 상호 협력하는 훈련을 하는 셈이다.
손재주는 실로 이런 훈련을 통해 배양된다 하겠다.
손의 말단은 외부로부터의 기(氣)가 들어오는 첨단이며,
종내는 뇌에 이르러 자극을 일으키게 되는 즉,
뇌 발달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컴퓨터 마우스는 집게손가락만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다.
다른 손가락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할 틈이 없다.
종일 마우스 놀음에 빠진 이들은 의식적이라도,
손놀림이 필요 없는 인스탄트 음식만 먹지 말고,
젓가락질하는 일에 시간을 할애할 일이다.

家貧食指衆이란 말이 있다.
살림이 빈한하고 가솔이 많다라는 뜻인데,
여기 식지란 먹는 입이 많다는 의미이다.

아무래도 그 뜻을 실감 나게 이해하려면,
춘추시대 공자송(公子宋)의 식지대동(食指大動)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으리라.
여기 나의 지난 이야기가 남아 있다.
(※ 참고 글 : ☞ 밥과 생명)

(출처 : 圖片來自網絡)

중지에 대하여는 다만 서유기의 다음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홀로 자미가 진진하며 느끼는 바가 남는다.

손오공이 호기를 부렸으되, 부처님 손아귀에서 놀아나지 않았던가?
부처의 다섯 손가락을 두고, 五根肉紅柱子라 붉은 큰 기둥이라 여기고,
오공은 여기 다녀왔다는 증거를 남기고자 했다.
터럭 하나를 뽑아 기운을 불어넣으며 ‘변하라’라 이리 외치자,
一管濃墨雙毫筆이라 붓으로 변했다.
그러자 오공은 다섯 기둥 가운데 가운데에 이리 휘갈겨 적었다.

齊天大聖,到此一遊。

‘제천대성 여기에 이르러 놀다 간다.’

그리고는 제일 기둥에다가는 대차게 오줌을 깔겨대고서는, 
다시금 근두운(觔斗雲)을 타고 부처한테로 돌아온다.

오공이 다만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 것이로되,
그는 여전히 믿지 못하고 이리 외쳤다.

我決不信,不信。等我再去來。

아아, 대몽(大夢)인즉 미망(迷妄)이어라.
믿을 수 없다며, 다시 기다리라 외치나,
어찌 장중지물 신세를 면할 수 있으랴?

기실, 인생이란 것도 이와 같지 않으랴?
모두들 지가 잘난 양 호기롭게 떠들지만,
따지고 보면 천지조화 속에 갇힌 신세인 것임을.

무명지는 한국, 일본에선 약지라고도 부른다.
본래 중국에선 이 손가락에 이름이 없기에 무명지라 이름한 것인데,
한국의 경우 혹 일어에서 유래하여 약지라 부른 것인지는 모르겠다.

약지란 사뭇 감각적인 지칭어라 하겠다.
기실 약지는 평소에 그리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일식 표현이지만, 다른 말로 하자면, 봉인(封印)되어 있다 하겠다.
하지만, 무엇인가 은밀하거나, 중요한 일에는 봉인을 풀고 이게 동원된다.
가령 약혼이나 결혼반지를 끼는 손가락이 바로 이 약지이다.
우리가 상처 부위에 연고를 바를 때, 
편한 것으로 따지면 검지나 중지가 더 편할 수도 있지만,
문화감각적 센쓰가 있는 이라면,
배우지 않아도 자동으로 약지를 쓰게 된다.
특히 여성들은 가령 립스틱을 바르고 고를 때 약지를 쓴다.
검지로 무식하게 입술을 문지르는 여인네는 상상하기도 싫다.
장을 담그고 맛을 볼 때도 우아한 여인네는 자연스럽게 약지를 쓴다.

새끼손가락은 가장 잘 쓰지 않는 손가락에 속한다.
일본 에도 시대에 게이샤들은 왼손 새끼손가락을 잘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새끼손가락은 애인을 뜻하기도 하는데,
작고, 무력한 새끼손가락으로써, 
사랑의 여린 그 깃을 접고,
대지(大指)에 의탁하겠노라는 메시지가 아니랴 싶다.

※ 참고 사항.

1. 여담이지만, 영추(靈樞)엔,
大指, 中指, 小指란 말은 나오지만,
식지는 大指次指,
약지는 小指次指로 표현되어 있다.
의학서에까지 이들에 대한 이름이 없는 것이 의아하긴 한데,
어쨌건 이로 미뤄 보건대,
식지, 약지는 후대에 명명된 것으로 여겨진다.

2. 將指足的大趾或手的中指。
將指는 엄지발가락 또는 가운뎃손가락을 지칭한다.

3. 일본
親指(おやゆび), 
人差し指(ひとさしゆび, 塩舐め指(しおなめゆび)), 
中指(なかゆび, 高高指(たかたかゆび), 丈高指(たけたかゆび)), 
藥指(くすりゆび), 
小指(こうび)

人差し指(ひとさしゆび)는 타자를 가리킨다는 의미일 터이고,
塩舐め指는 술 맛이나 소금 간을 볼 때 이를 쓰기 때문일 것이며,
高高指, 丈高指는 제일 길다는 것을 지칭하는 것이다.

4. 발에 대한 단상이 나의 다음 글에 잠시 나온다.
(※ 참고 글 : ☞ 손과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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