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사나와지는가?
늙으면 사나와지는가?
오늘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여, 이에 따라 일어난 생각을 주섬주섬 엮어둔다.
이창호 전성기 시절, 신진으로 이세돌이 나타나 둘은 격돌하였다.
처음엔 이세돌이 이창호 벽을 쉬이 넘지 못하였다.
신구미월령(新鳩未越嶺)이라 하였던가?
어린 비둘기는 재를 넘지 못한다.
여기 농장엔 가창 오리 떼가 곧잘 열을 지어 날아가곤 한다.
기역자 모양을 하고 하늘을 노 저어 간다.
맨 앞에 선 향도(嚮導)는 책임이 막중하다.
그 뒤를 따르는 아이들은 체구도 작아,
필시 날갯죽지도 미처 야물지도 못하였으리라.
저들 모습을 보면 너무 처연하다.
진중권이 말하듯, 나이가 들면 공연히 눈물이 난다.
저들 오리 떼들을 보면, 너무도 가엽다.
온 몸으로 찬 공기를 가르고 날아가느라,
아무리 날갯짓을 하여도 체온은 가파르게 식어갈 것이다.
도대체 왜 저 가여운 아이들은,
저리 창공을 가르며 매양 날아야 하는가?
게다가 철이 바뀌면, 수만리를 날아 이사를 가야한다.
가는 도중 굶어 죽고, 힘이 달려, 죽는 아이들이 상당할 것이다.
아, 천지불인(天地不仁), 천지는 너무도 가혹하구나.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아무리 어린 비둘기일지라도,
괄목상대(刮目相對)라, 후진은 나날이 날갯죽지에 힘살이 붙고,
종내는 향도, 우두머리를 제치고 앞에 나서게 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바로 이 때,
돌부처라 불릴 정도로 냉정, 침착하였던 이창호 기풍이 변한다.
형세판단에 그 누구도 이창호를 대적할 수 없다 하였다.
헌데, 서서히 그의 기풍이 변하며, 공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전세가 급박하여도,
오불관언, 돌부처처럼 자신의 자리를 지키던 그.
그런 그가 변한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기풍이 변한 것을 두고, 원숙해진 것이라 보아도 좋은가?
진실은,
형세판단이 전처럼 정밀하지도 않고,
굳게 지키며 나갈 수 없게 되었단 말이다.
헌즉, 칼을 휘두르고, 창을 찌르며, 변화를 구할 수밖에.
이는 경륜이 붙어 기량이 넉넉해졌다기보다는,
그도 이젠 늙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정밀한 형세판단 능력이 감퇴하니,
창을 찌르며 상대를 시험하며,
기회를 만들고자 함이니라.
아아, 누가 있어,
바둑은 40세부터라 하였음인가?
IT산업은 비탈길을 내려가는 쇠구슬보다 더욱 빠르게 변해간다.
눈만 떴다 하면, 신기술,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이젠 나이, 경륜으로 사물을 재단하고, 미래를 전망할 정도로 느긋한 세상이 아니다.
재빠른 대처, 번쩍이는 기지로 세상의 변화를 선도하지 못하면,
버티어 내기 어려운 시절이 되고 말았다.
나이든 이가,
차분함을 잃고,
젊어서도 하지 않던 짓인데,
낯설게 창칼을 휘두르고 있으면,
이젠 그도 예전 같지 않구나 하며 용서해주어야 한다.
그는 늙은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하여,
뒷방으로 물러나,
옷깃에 숨은 이나 잡고 있다면,
이는 더욱 더 욕을 사는 짓이라 할 터.
아무렴, 시나브로 시들어 버리는 것에 비교하랴?
늙어 사나와지는 것도 다 장부의 길이요, 법도인 게라.
탓할 일이 아니다.
의기 충만하여,
잔불에 풍구질로 불 살려,
남은 생을 노래하고 있음이라.
어찌 곁에서 지켜보며 격려하지 않을 수 있으랴?
나는 지금,
창 휘두르는 것을 두고,
나쁘다, 못났다 이리 이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존재의 실상을 밝히 지적하고자 할 뿐이다.
運籌策帷帳中,決勝千里外,子房功也。自擇齊三萬戶。
(史記 留侯世家)
“장막 안에서 계책을 내어, 천리 밖에서도 승리를 거두게 한 것은,
장자방(장량)의 공이다.
제나라 땅에서 골라 삼만 호를 가지거라.”
고제(高帝) 즉 유방(劉邦)이 한(漢)을 세우고 논공행상할 제,
장량(張良)에게 이르는 말이다.
그러자 장량은 이리 아뢰었다.
始臣起下邳,與上會留,此天以臣授陛下。陛下用臣計,幸而時中,臣願封留足矣,不敢當三萬戶。
“애초 신이 하비에서 일어나, 유현에서 뵈었는데,
이는 하늘이 신을 폐하께 주신 것입니다.
폐하께서 신의 계책을 쓰셨고, 다행이 맞아 들어갔을 뿐,
신은 유현에 봉해지는 것으로 족합니다.
삼만 호는 감히 감당치 못하겠습니다.”
아아, 장량은 자신이 늙은 것을 안 것이다.
이를 시중(時中)이라 한다.
仲尼曰:「君子中庸,小人反中庸。君子之中庸也,君子而時中;小人之中庸也,小人而無忌憚也。」
(中庸)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중용이요, 소인은 반중용이다.
군자의 중용이란, 군자다우면서 때에 맞다.
소인의 중용은 소인다우면서 거리낌이 없다.”
더 이상 할 일이 없음을 알고, 이미 물러날 것을 작정한 것이다.
그 뿐인가?
공수신퇴(功遂身退)라,
공을 이뤘으면 물러나는 법.
욕심을 내어 끝까지 어물쩍 거리며 버티다가는,
목숨까지 잃어버리게 된다.
(※ 참고 글 : ☞ 불거(不去))
장량은 이 이치를 알고 있었음이다.
이세돌의 은퇴는 그 언간의 이유가 어찌되었든,
날을 잘 받은 것이다.
(※ 참고 글 : ☞ 이세돌과 출가)
조훈현처럼, 바둑판을 넘어, 정치판까지 엿본다면,
종국엔 봉욕(逢辱)을 당하고 말리라.
아니 이미 그는 욕을 보았다 하겠으나,
아직도 그는 모르고 있는 양 싶다.
한국당에선 그를 형식상 제명하였고,
곧바로 예정된 미래한국당(비례한국당)으로 배치되었다.
그는 이제 기사가 아니라,
장기의 말이 되어 부림을 받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음이니,
이 사태를 천하인이 모두 아는데, 다만 그만 모르고 있다.
아니, 이젠 장기 말이 되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게 아닐까?
논어엔 이런 가르침이 있다.
君子有三戒:少之時,血氣未定,戒之在色;及其壯也,血氣方剛,戒之在鬭;及其老也,血氣既衰,戒之在得。
(論語)
“군자에겐 세 가지 경계할 것이 있다.
어릴 때는 혈기가 아직 안정되지 못하였으니, 색을 경계하고,
장년에 이르면 혈기가 바야흐로 강한지라, 싸움을 경계하여야 하며,
늙어서는 혈기가 이미 쇠한지라,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창호와 이세돌의 관계와 비슷한 상황이,
지금 박정환과 신진서 사이에도 전개되고 있다.
그리 냉정하고, 계산이 정밀하였던,
박정환의 기풍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그의 풍모는 예전에 볼 수 없게, 사뭇 사나와졌다.
아아, 그도 역시 늙어 가고 있음인가?
바둑은 40세부터라 그 누가 말하였던가?
이팔(二八) 16살만 넘어도 이젠 기량이 쇠하고, 계산이 딸리게 된다.
헌즉, 재능은 16살에 꽃을 피워내야지,
이를 넘으면 꽃은커녕, 고목에 곰팡이조차 앉아 내리지 않는 법이다.
運籌策帷帳中
장막 뒤에 신출귀몰하는 계책을 내었다한들,
이 모두 젊었을, 그 한 때의 일이었을 뿐인 것.
장량은 세상을 등지고,
벽곡(辟穀)하며 도를 닦아 신선이 되었다지 아마.
(辟穀 : 곡식(穀食)을 피한다는 말이니,
그 대신 솔잎, 대추, 밤 등(等)을 날로 조금씩 먹고 사는 일을 가리킨다.)
장량이 유방으로부터 받은 유현(留縣)은,
조그맣고, 사람도 적은 곳이다.
그러니, 모반을 꾀할 수도 없은즉, 유방으로선 안심이다.
이로써, 장량은 은퇴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아마, 유방은 거죽으로는 만류하였겠지만, 내심 흐뭇하였을 것이다.
승냥이 떼처럼, 주위에서 상을 노리던 공신들도, 속으론 환희작약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보지 않아도, 나는 눈앞의 일처럼 훤희 안다.
여기서 잠깐,
왜 한 때 한 패거리였는데,
이제와 저리 경계를 하여야 하는가?
한참 전쟁을 치루는 동안은,
아직 천하를 다 빼앗은 것은 아니다.
빼앗을 때까지는 한 편이라, 밀고, 끌어주며, 한 덩어리가 되어 힘을 다한다.
하지만, 싸움이 끝나고 승리를 거뭐지게 되면, 이젠 남은 것은 무엇인가?
전리품을 남보다 더 많이 나눠 갖고, 대저택과 벼슬을 갈라 먹어야 한다.
어제의 동지였지만, 이제부터는 경쟁자요, 급기야 적보다 더한 관계로 변하고 마는 것.
헌즉, 공수신퇴인 것이다.
자칫 저 아사리 판에 남아 있다가는 목숨까지 앗기고 만다.
衛人有夫妻禱者,而祝曰:『使我無故,得百束布。』其夫曰:『何少也?』對曰:『益是,子將以買妾。
(韓非子)
“위나라에 기도드리는 부부가 있었다.
빌기를 이리하다.
‘우리 부부가 무탈하게 해주시고,
백 묶음의 돈다발을 얻게 해주시압소서.’
남편이 묻는다.
‘어찌 그리 적은가?’
답하여 이리 말하다.
‘그보다 더 하면,
당신은 첩을 들이지 않겠소?’”
항차, 부부 사이도,
이리 제 셈을 하기 바쁜 법인데,
아무리 사내 대장부라한들,
제들끼리 어찌 한 줌 갈등조차 없으리요.
정봉주를 보아라.
키스미수, 이게 1심에서 무죄가 되었다한들,
그는 이미 기스가 적지 아니 나버렸다.
영상을 보라,
금태섭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거의 깡패의 언어를 쏟아내었다.
(utube, 00:25 참조)
그가 이젠 대놓고 k위원을 몰아세우고 있다.
또한 검찰을 악마화하며 대들고 있다.
공도 없는 이가,
이제 다 늦게 민주당에 공을 세우겠다며,
팔뚝까지 소맷자락을 걷고는 씩씩거리며 싸우고 있다.
당시 이게 무슨 함의인지 알고들 있었는가?
그대 당신은.
하지만, 민주당은 끝내 그를 내치고 말았다.
멀쩡한 이들 상대로 지금 자리 나누기도 벅찬데,
뒤늦게 나타난 이에게 나눠줄 것이 남아 있겠음인가?
그는 지금이 나설 때라 여기는 모양인데,
허나, 남들은 그에게 아직 더 자숙하고 있으라 이르고 있음이다.
공수신퇴.
장량, 범려(范蠡), 개자추(介子推)는 공을 이루고도,
(그것도 한 나라를 세우고, 되찾은 공이었다.)
모든 것을 떨치고는 표표히 표주박 하나 차고 사라지고 말았다.
이들이야말로 진정 도술을 아는 신선이라 하리라.
정봉주, 그는 뛰는 가슴을 진정하고 벽곡술를 배워두어야 하리라.
게다가 벽곡을 하며 신선술을 닦는다 하였음이라,
과연 그 뜻은 무엇인가?
이것은 그가 신선이 되길 구한다는 말이 아니다.
늙어 쇠어 버린 몸뚱아리로,
곡식을 끊고 도를 이뤄 신선이 되겠다고?
천하의 지낭(智囊) 장량이 그리 멍청하였으려고?
아무렴.
벽곡을 하면, 신선은커녕, 몸은 마르고, 쇠약해져 종내 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이런 소문을 내면, 중앙정치 무대에서 완전히 떠나겠다는 강한 신호가 된다.
이런 지경인데, 무기를 꺼내들고, 유방을 배반할 여지가 있겠음인가?
공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다.
허나, 공을 이루고 물러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실제 당시 삼걸(三傑)로 일컬어지는,
장량(張良), 소하(蕭何), 한신(韓信) 중 멀쩡하게 몸을 지킨 것은 장량뿐이다.
한신은 주살을 당하고, 소하는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기억하는가?
노 정권이 몰락하자,
저들 친노 무리들은 스스로 폐족(廢族)이라며 꽁무니를 사리고 흩어졌다.
공수신퇴라는데,
공도 없는 치들이 더는 남아서 무엇을 할 수 있으랴?
그래도 당시 친노들은 염치를 차릴 줄은 알았다.
헌데, 촛불 시민들이 박근혜를 쫓아내고 새 나라를 건설하자,
폐족들이 슬금슬금 바퀴벌레처럼 기어 나와,
이젠 친문 깃발을 흔들며,
주인 시민들을 노예 부리듯 안하무인으로 놀아났다.
저들은 정말 파렴치 하구나.
(출처 : chosun)
공수신퇴(功遂身退)라 하였음인데,
항차 공도 없이 그저 촛불 정국에 어부지리로 얻은 권력을,
저이들은 저리도 마구 사익을 취하는데 이용하였다.
戒之在色, 戒之在鬭, 戒之在得
저들은 이제라도,
이 말씀을 가슴에 잘 새겨둘 일이다.
私慾既懷了胎、就生出罪來.罪既長成、就生出死來。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야고보서 1:15)
저들 녀석들이 죄를 낳든, 사망을 낳든 무슨 상관이련만,
왜?
애꿎게 공화국 시민들이 시련을 다시금 겪어야 하는가 말이다.
又及)
생각의 파편이 연신 튀어올라와,
원래 다루려든 주제외의 덤불로 말씀의 불꽃이 튀었다.
하여 이야기가 길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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